국립과천과학관, 누리호 2차 발사 성공기원 특별행사 직접 가보니
초정밀 실물 엔진에 관광객들 감탄사
누리호 크기-발사 과정 체험할 수 있는 3차원 입체 영상도 눈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와, 이게 누리호인가요? 우리나라 정말 대단합니다."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 로비에선 관람객들의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오는 15일 누리호 2차 발사를 기념해 진행 중인 '누리호 2차 발사 성공기원 특별행사'에 전시된 누리호 실물 엔진과 3차원 입체 영상을 본 이들의 입에서다.
과학관 로비에 들어가자 마자 전시돼 있는 누리호 1단 발사체 실물 엔진이 눈에 들어 왔다. 3m 높이의 엔진은 섭씨 3300도가 넘는 불꽃을 내뿜으며 75t의 추력을 만들어 누리호를 우주로 밀어 올리는 핵심 부품이다. 하부의 나팔관 모양의 노즐과 위쪽의 터보 밸브 등 복잡한 구성품으로 구성됐다. 첫 인상은 '첨단 제품' 답지 않게 다소 엉성해 보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꼼꼼한 손길로 제작된 100% 수제품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엔진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터보 밸브는 누구도 지식ㆍ경험ㆍ노하우가 없었던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개발됐다고 한다. 터보 밸브는 수백개의 밸브를 0.01초 단위까지 조율해 연료와 산화제를 정확히 공급하는 초정밀 장치다. 여기에 투입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기술진들은 미국ㆍ러시아의 고전 교과서를 뒤지고 박물관에서 구형 로켓을 참고하는 등 열정을 불태웠다. 터보 밸브 하나에만 5년 여의 연구 끝에 2008년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다. 2007년 1차 실험때 폭발하는 등 난관을 극복한 결과였다. KARI는 이때 로켓 엔진의 터보 펌프, 연소기, 가스 발생기 등 핵심 부품 기술을 확보했고, 이는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75t급 액체 엔진 개발의 원천이 됐다. 75t 엔진 개발 과정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엔진 크기가 커지면서 연소 불안정 문제가 발생했고, 2017년부터 약 6개월간 여러 차례의 설계 변경과 실험 끝에 간신히 해결했다. 지난해 1차 발사 직전까지 33기의 시제품을 만들어 184회 1만8290초 동안 연소시험을 반복했다고 한다.
여기에 엔진 여러 개를 묶어 1개의 단으로 사용하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누리호 1단부는 75t 엔진 네개가 하나로 묶여 300t급의 추력을 내는 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확히 정렬돼 있고 똑같은 힘을 내야 로켓이 목표한 경로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춘호 과천과학관 연구사는 "관람객들이 처음에는 모형인 줄 알았다가 실제 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실물이라는 것을 알고 많이 좋아하신다"면서 "한 아버지가 유치원생인 딸의 손을 잡고 와서 엔진을 유심히 살펴 보고 설명해주던 모습이 기억난다"고말했다.
또 다른 구경거리는 누리호의 실물 크기를 확인할 수 있는 3차원 입체 영상이다. 입구 쪽에 서면 47.2m나 되는 누리호의 '완전체'가 그 크기 그대로 아파트 15층 높이 길이만큼 흰색 스크린이 칠해진 전시관 바닥에 디스플레이돼 실물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이후 발사체 내ㆍ외부 모습과 발사되면서 1, 2단, 페어링이 분리되는 장면이 재현된다. 한정된 공간에 당장은 누리호 실물 모델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람객들에게 최대한 현장감을 느끼게 할 수 있기 위한 과학관측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3차원 입체영상 설치물의 기둥마다 누리호의 상세 제원과 개발 과정을 설명해주는 쌍방향 디스플레이 전시물도 부착돼 있다. 아이들의 과학 학습이나 어른들의 호기심 충족을 위한 좋은 도구다. 관람객들은 디지털 방명록에 발사 성공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우리나라 우주기술에 대한 퀴즈도 풀어 볼 수 있다.
이날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2년전 오늘, 나로호 2차 발사가 있었는데, 현재 우리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면서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우주 강국에 대한 염원을 담아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누리호 2차 발사는 오는 15일 오후 4시쯤 전남 고흥군 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등으로 구성된 발사관리위원회는 전날 비 예보가 발령됨에 따라 강수량 정도를 감안해 당일 최종 발사 시기를 정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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