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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후폭풍] 무효 판결에…이제 임금 안 깎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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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차별 못하도록 기준 제시
임피제 자체는 오히려 인정한 셈
회사·개인 별 상황 달라

[임금피크제 후폭풍] 무효 판결에…이제 임금 안 깎이나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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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이민우 기자]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관련 판결에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부별 임금피크제 관련 현황 파악에 나섰으며 사측도 법원 판례를 분석하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현장에서도 각종 궁금증이 터져나오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돼 이제는 임금이 안 깎이는 것인가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A(67)씨가 한국전자기술연구원(구 전자부품연구원)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적용해 삭감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과 2심이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내린 판단에 대법원도 동의한 것이다. 앞서 1991년 연구원에 입사한 A씨는 2011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게 된 당시 직급이 2단계, 역량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받았다며 2014년 퇴직하면서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이 판결이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본 것은 아니다.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를 위반 여부를 따지면서 '부당한' 임금피크제의 기준을 제시했을 뿐이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경우에도 연령 차별이라고 볼 수 없는 합리적 이유를 판단할 조건 네 가지를 내세웠다. ▲도입목적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 등 불이익에 상응하는 조치(근로시간 감소)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용처 등이다. 결국 임금피크제 자체는 인정하되 개별 사안을 위의 조건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인원 많은 금융권 종사자들은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넘어서면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줄이고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정년은 변경하지 않고 정년 몇 년 전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은 정년유지형,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연장된 정년 몇 년 전부터 임금을 깎는 방식은 정년연장형이다. 다수 사업체가 정년연장형을 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이 처음으로 도입했다. 2005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뒤따라 도입했다. 대부분 만 55세를 기준으로 정년을 만 60세까지 늘린 뒤 매년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 방식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임금피크제 적용자는 725명이다. 전체 직원 대비 임금피크제 적용 비율은 KB국민은행 2.3%, 신한·하나은행 0.1%, 우리은행 2.1% 수준이다. 국책은행은 더 높다. 산업은행 8.9%, 기업은행 7.1%, 수출입은행 3.3% 등의 순서다.


▲국책은행에 임금피크 직원이 많은 이유는

=시중은행보다 국책은행에 적용 비율이 더 높은 배경은 결국 '돈'이다. 시중은행은 퇴직을 하면서 받는 보상 규모가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아 회사를 꾸준히 다니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부장 B씨는 "시중은행의 연봉 수준도 상당한데다 퇴직금과 희망퇴직 위로금까지 주기 때문에 굳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 연차보상금, 직책급 등이 없어지고 회사를 다니면서 쓰는 밥값과 교통비 등에 스트레스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반면 국책은행은 다르다. 일반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정부로부터 인건비 총액을 통제받기 때문에 막대한 명퇴보상금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국책은행 부장 C씨는 "정부에서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들어 희망퇴직자에게 시중은행만큼 보상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다들 울며 겨자먹기로 임금피크제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임금피크제로 고용은 늘었나

=앞서 정부는 2016년 당시 법적 정년을 60살로 연장하는 일명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2016년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2009∼2013년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을 조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청년 고용 증가율이 14%가량 높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후 연구에선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한국노동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긴 ‘60세 정년의무화의 고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운영 여부에 따른 고령층 고용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의 ‘중고령자 계속고용 촉진의 필요성과 지원 방안’ 보고서에서도 2005∼2018년 조사한 기업의 임금피크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은 미도입 기업 대비 50세 이상 고용 비중이 2.6%포인트(p) 낮았고 정년 연장 시행 후에는 고용 비중이 6.0%p 더 떨어졌다.


청년 신규 채용 효과도 미비하다는 연구도 있다. 2020년 김승태 육군사관학교 경제법학과 경제학 조교수 등은 2005∼2017년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 패널조사에 참여한 1886개 기업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8%의 기업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고용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의 신규채용 비율은 별다르게 증가하지 않았다. 도입 4년 뒤에는 정규직 비율이 2.5%p 줄고 비정규직 비율이 2.5%p 늘었다.


▲줄소송 예고돼…금융권 영향은?

=금융노조 측은 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 이후 지난 8일 지부 정책담당 간부들과 관련 법률 대응 설명회를 열었다. 우선 각 기업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개별적으로 들어오는 문의에 대해 법률 지원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중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 노조가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이달 말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해 다음달 소송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임금피크제 적용 인원은 343명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들은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는 2019년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기업은행에서도 현직자와 퇴직자 470명이 지난해 1월 사측을 상대로 임금피크 무효와 임금 삭감분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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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측은 각종 줄소송은 물론 향후 노사 교섭에서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개선 등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희망퇴직이 자유롭지 않은 국책은행의 경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업무에서 물러나면서 일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고 인사적체도 심하고 있어 이러한 요구가 강한 상황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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