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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고비용의 시대 [우크라 충격파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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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왕실 직원도 임금 인상…美 '런치플레이션' 신조어 유행
기준금리 인상 60회 넘어…자칫 오일쇼크 같은 침체 공포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고비용의 시대 [우크라 충격파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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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2일(현지시간) 즉위 70주년을 앞두고 왕실 직원 임금 인상에 동의했다. 왕실 직원들의 임금은 지난 2년간 동결됐으나 이번 인상으로 왕실 직원들은 최소 2.5%, 최고 5% 오른 임금을 받는다.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한 보너스가 아니라며 그동안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며 물가 인상으로 직원들 생계비 부담이 커진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독일은 지난 1일부터 한 달에 9유로만 내면 버스, 열차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이용권을 발급했다. 치솟는 서민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독일 수도 베를린 중부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전철 월간 정액권원래 가격은 63유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9유로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는 느낌을 준다. 독일은 9유로 무제한 이용권을 오는 9월까지 발급할 예정이다. 아일랜드도 지난달 16일부터 대중 교통 이용 요금을 20% 인하했다. 아일랜드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한 것은 1947년 이후 처음이다.


# 미국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불안감이 줄면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출근을 지시했지만 직원들은 반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출근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경제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출퇴근에 따른 교통 비용과 점심값이 크게 올랐다. 점심을 뜻하는 ‘런치(Lunch)’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결합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새로운 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전 세계가 물가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생계비 위기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기업은 치솟는 원가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고비용의 시대 [우크라 충격파 ⑤]


◆역환율 전쟁의 시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부터 8%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차 오일쇼크 충격을 겪은 1981년 이후 가장 높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로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선에 진입했다. 물가 급등의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 공급망이 와해됐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에너지 공급 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가 전쟁에 휘말리면서 에너지 공급 비용이 급등, 모든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유럽은 전쟁 발발 전 소비하는 원유의 50%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 유럽은 카타르, 미국 등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렸고, 러시아는 유럽으로 보내던 원유를 수에즈 운하를 통해 중국와 인도로 보내고 있다. 기존 에너지 공급망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고비용의 시대 [우크라 충격파 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각국 중앙은행은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물가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약 3개월 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사례는 60회가 넘는다. 이 같은 기준금리 인상이 최소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것이다. 사실상 역환율전쟁(Reverse Currency War)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세계 중앙은행이 물가 압력을 낮추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 높이기에 나선 것이다.


◆중앙은행이 해결 못 하는 공급망 붕괴= 문제는 강력한 긴축 정책만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물가 급등의 근원적 요인이 되고 있는 공급망 문제는 중앙은행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 전반에 걸친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핑크 회장은 석유·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에서 태양·바람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되고 전기차가 보급되는 등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도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이미 장기적인 고물가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5년 만기 국채 금리와 5년 만기 물가연동채권(TIPS) 금리의 차이를 계산해 산출한 5년 뒤 물가 상승률 기대치는 2.97%에 달한다. 5년 뒤에도 미국 물가가 Fed의 통화정책 목표치(2%)를 웃도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인 셈이다.


5년 기대 물가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3.7%대까지 올랐다가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현재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2003년 1월 이후 물가 상승률 기대치를 공개하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 기대치가 3%를 넘은 때는 올해가 처음이다. 현재 물가 상승 기대감이 최소 지난 20년 중 가장 높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고비용의 시대 [우크라 충격파 ⑤]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실적 쇼크로 이어진 인플레= 고물가는 개인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은 충격적이었다. 월마트의 1분기 매출은 1415억7000만달러(약 18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0억50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5% 급감했다.


월마트 수익성 악화는 물가 급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물가가 치솟자 소비자들이 마진율이 낮은 제품을 주로 구매해 월마트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월마트가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늘어난 비용 부담을 전가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에 수익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또 다른 대형 소매업체 타깃도 1분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타깃의 1분기 매출은 251억7000만달러로 3.3% 늘었지만 순이익은 51.9%나 급감해 10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경기 침체 피할 수 있을까= 잡기 힘든 물가를 잡으려고 강하게 긴축정책을 추진하다 자칫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도 만만치 않다. 40여년 전 2차 오일쇼크 때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에 나섰다가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진 경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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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0년 3월 14.8%까지 올랐고 당시 폴 볼커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 탓에 미국 경제는 1980년 1월 침체에 빠졌다. 같은 해 7월 침체에서 빠져나왔지만 정확히 1년 뒤인 1981년 7월 다시 침체에 빠졌다. ‘더블 딥’이었다. 두 번째 침체는 1982년 11월까지 더 길게, 1년4개월간 지속됐다. 현재 Fed 인사들 사이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두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이어지는 이유도 긴축 과정에서 침체를 피해야 한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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