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노믹스, 이것만은 꼭]④재정 건전성 정상화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세종=손선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 사흘 만에 ‘빚 없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국정과제로 내세운 국가 재정 건전성 정상화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60조원에 육박한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안을 추진하면서 윤 정부 1기 경제팀은 "적자국채 발행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9조원의 국채를 상환한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그 덕분에 국가채무 등 재정수지 지표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추경 대비 조금이나마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국민 1인당 짊어진 나랏빚은 약 2100만원에 달한다.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안고 시작한 윤 정부는 지속가능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틀인 재정준칙 법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13일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자료를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친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올해 2차 추경안 기준 1067조3000억원으로 407조1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정부의 순(純)재정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8조5000억원에서 108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정부안대로 2차 추경이 이뤄지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국가채무는 49.6%, 관리재정수지는 -5.1%가 된다. 1차 추경과 비교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에서 0.5%포인트,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2%에서 5.1%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사상 최대인 59조4000억원의 추경안에도 재정이 더 나빠지지 않은 것은 적자국채 발행 대신 초과세수와 지출 구조조정을 재원으로 활용하고 일부 국채를 상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기존 세계잉여금까지 보면 약 12조원 정도의 국채 상환은 추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시절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원래 발행하기로 했던 적자국채를 줄이고 빚부터 줄이는 게 정상"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윤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재정 정상화로 뒷받침하겠다는 기조다. 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문 정부에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재정준칙 제도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게 윤 정부 1기 경제팀의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추 부총리가 의원 때 대표발의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재정준칙 관련 여러 법안이 계류돼 있다. 추 부총리는 20대와 21대 국회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 2~3% 이하 유지 등을 골자로, 재정준칙 수위가 비교적 센 법안을 주도해 발의했었다. 하지만 이는 준수 가능성이 희박한 수치로 재정운용의 경직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국회와 정부 안팎의 공감대였기 때문에 당시와는 입장이 바뀐 추 부총리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 위기 등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하도록 재정준칙을 촘촘히 설계하고 정치권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장치를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옥동석 한국재정정책학회장은 최근 한국재정정보원 ‘나라재정’ 보고서를 통해 "재정준칙의 채택과 그 예외의 허용에 대해서는 헌법처럼 엄격하고도 강화된 의결 요건이 필요한데, 국회 3분의2 의결 등이 그 예"라며 "수지균형의 재정준칙 그리고 그 예외 인정의 요건과 규모를 정치인들이 함부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재정준칙 확립은 해외에서도 눈여겨보는 사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터키뿐이며 전 세계적으로 90개국 이상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직 기재부 고위 관료는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 기관이 우리나라 재정과 관리 방법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에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새 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도 재정비하고 각 부처에 이날 통보했다. 기초연금 인상, 청년도약계좌 신설, 병사 봉급 인상, 부모급여 지급 등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을 반영했다. 기재부는 "모든 재량지출 사업을 원점(Zero-base)에서 재검토하고, 최소 10%를 의무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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