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비트코인이 '루나'의 폭락 여파와 예상보다 높은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등 악재가 겹치며 크게 내리고 있다.
12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4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7.22% 내린 2만9143달러(약 3745만원)로 3만달러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내린 것은 루나 폭락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루나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UST)'의 네이티브 토큰 역할을 한다. 미화 1달러의 가치 가지도록 설계된 UST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루나 역시 불안정성 우려로 급락했다. 이에 테라를 발행한 테라 재단이 UST 가격 안정화를 위해 보유 중인 수십억달러 규모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매도세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오안다아메리카의 에드워드 모야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UST가 급락하자 지난해 투자했던 기관 투자자 대다수가 현재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노동부는 4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 전망치인 8.1%의 상승률을 넘긴 기록이다.
이는 미국 증시의 연쇄 하락을 불러왔다. 비트코인 가격과 동조 현상을 보이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373.43포인트(3.18%) 급락한 1만1364.24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6.63포인트(1.02%) 내린 3만1834.11에, S&P500 지수는 전날 대비 65.87포인트(1.65%) 떨어진 3935.18에 장을 닫았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이 가상화폐 투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야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여전히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할 것"이라면서 "비트코인도 매도 압력 탓에 2만8500달러가 무너지면 추가적인 기술적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알트코인 역시 내리고 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전날보다 11.15% 내린 2096달러(약 269만원)에, 솔라나는 전일 대비 25.66% 하락한 48.49달러(약 6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19.75로 '매우 공포' 단계를 기록했다. 전날 15.09(공포)과 비교하면 4.66 상승한 수치다.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공포·탐욕 지수는 '매우 공포(0~20)', '공포(20~40)', '중립(40~60)', '탐욕(60~80)', '매우 탐욕(80~100)' 단계로 나눠져 있다. 탐욕 방향은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상태를 의미하며, 반대로 공포 방향으로 갈수록 자산 하락의 두려움으로 시장에서 탈출해 연쇄적으로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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