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감사실 부장이 작성
부임 앞둔 이사장에 전달
전보조치 사업실장이 소송
원주지청서 수사 검토 나서
1일 아시아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보훈공단 블랙리스트’ 사건을 원주경찰서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17년 12월경 보훈공단 감사실에서 근무한 A부장이 직원들을 추려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 명단을 바탕으로 부당한 인사조치가 내려졌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A부장은 서울대학교 B교수가 2017년 12월18일 공단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부임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전에 직원들에 관한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들어 부임 5일 전에 B교수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A부장은 B교수에게 4개 항목(업무파악, 인사, 현안사항, 취임사 반영)의 문건을 전했다. 특히 인사 부분에서 "취임 1주일 이내로 비서실장, 인사부장 등을 전보조치해야 한다"고 썼다.
B교수는 취임 후 이 문건대로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사업실장이던 C씨는 부임 다섯 달 만에 부산으로 전보조치됐고 감사실장 D씨 역시 다섯 달 만에 인천병원준비단장으로 발령이 났다. D씨의 경우, 내부 전보지침상 고려돼야 하는 대학원 재학 사실도 무시된 채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 또한 당시 인천병원은 완공을 1년 앞둔 촉박한 시점에 있었음에도 갑작스럽게 관리 책임자를 D씨로 바꾼 인사조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고 한다.
내부에서 논란이 커지자 공단 감사실이 조사내용을 통대로 2021년 4월15일 감사심위원회를 열려 했지만 A부장이 "수사기관이 조사를 시작했다"는 통보서를 제출해 열리지 않았다. 이후 흐지부지됐다. 공단 이사장은 공단 인사규정에 따라 A부장에 대해 수사기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직위해제 또는 전보 등의 조치를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고 A부장은 인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C씨는 결국 A부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에서 심리를 받고 있다. 원주경찰서에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했지만 무혐의로 나왔다. C씨가 이의를 제기해 사건은 춘천지검 원주지청으로 넘어갔다. 원주지청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된 박기동 지청장(50·사법연수원 30기)이 재임 중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초 검찰이 민사소송을 지켜본 뒤 사건 처리의 속도와 방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 사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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