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사 차원 역할론에 고민 중 "아직 출마 의사 밝힐 때 아냐"
등판 놓고 당내 갈등 우려
서울의원 20명 "차출 안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본인을 둘러싼 ‘서울시장 차출론’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추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서울지역 의원 상당수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스스로 ‘독배’를 들 수도, 끝까지 책임을 져달라는 요청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송 전 대표 차출을 놓고 당내 이견이 분출하는 상황이 됐다.
1일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요구와 관련해 본인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송 전 대표는 이날 서울시장 출마 ‘유무’가 아니라, 본인 차출론에 대한 ‘고민’을 언급하는 수준의 입장문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송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당후사 차원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에 송 전 대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힐 때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날 서울시장 출마 선언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송영길 차출론’에 당내 의견이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결정은 당이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송 전 대표는 전일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자들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책무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설령 그것이 독배가 된다고 해도 당과 국민의 명령에 따라달라"고 한 발언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윤 위원장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의 정치 혁신은 자기 헌신이고 희생"이라며 "민주당 지도자는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당이 필요로 하면 그곳이 어디든 나서야 한다. 당과 국민을 위해선 독배라도 서슴지 않는 것이 민주당 정신"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그러면서 본인 출마를 요구하는 설득에 "더 책임질 게 있다면 지겠다"는 차원에서 귀담아 듣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날 송 전 대표는 아들이 사는 서울 집으로 주소지를 옮길 예정이다. 공직선거법상 지자체장 피선거권을 얻기 위해선 선거일 60일 전까지 해당 지역으로 주소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2일까지는 주소지 이전을 마쳐야 한다. 송 전 대표 측은 "당의 부름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놓기 위함"이라면서 "이를 출마와 즉각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험지로 예상되는 서울시장에 송 전 대표 출마를 요구하는 의원들은 서울시장 출마가 송 전 대표에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당을 위한 ‘희생’이라는 점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 전 대표를 추대하는 한 의원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고, 당을 위해 헌신하기 위한 출마"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구의원들도 송 전 대표를 직접 찾거나 전화를 통해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다. 송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최근 절을 찾고 있는 것도 대선 끝나고 쉬려고 간 게 아니다. 정청래 의원의 실언으로 돌아선 1000만 불심을 잡고자 지방선거 앞두고 뭐라도 더 하려고 뛰고 있는 것"이라면서 "힘든 싸움이 될 서울시장에 욕심 있어서 나가려는 것처럼 보는 시각에 서운하다. 송 전 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 중심으로는 ‘차출’ 형식은 안 된다는 뜻이 강해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또다른 당내 분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전일 의총 후 서울지역 국회의원 20여명은 송 전 대표의 차출론이 나오는 것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박주민·임종석·우상호·박용진 등의 의원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차출 형식의 전략공천이 아니라 당 차원의 경쟁력 조사를 통해 후보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다선 의원은 "이를 계파 간 갈등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그것은 또다른 프레임 씌우기"라며 "다만 당내 경쟁을 통해 뽑아야지 송 전 대표로 전략공천하는 방식으로는 당내 분란만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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