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연초부터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스타트업 투자액이 11조원을 돌파한 이후 올해도 매달 1조원 이상 투자가 유치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를 약속한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제2의 벤처 붐’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1조1607억원(109건)으로 1월(1조2552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1조원대 투자를 지속했다. 이는 전년 동기 5277억원(73건) 대비 2.2배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투자 규모별 건수는 ‘10억원 이상’ 2배, ‘100억원 이상’ 3배, ‘300억원 이상’은 5배 급증했다. ‘10억원 미만’은 소폭 감소했다. 이 통계는 시중에 투자액이 공개된 경우만 합산한 수치라 실제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 투자 건수를 보면 ‘헬스케어’ 분야에서 지난달 스타트업 16곳이 투자를 유치하면서 가장 활발했다. 익명 심리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가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유전체 분석 기업 싸이퍼룸도 국내외 벤처캐피탈(VC)로부터 195억원의 시리즈B 투자금을 조달받았다.
‘이커머·물류’ 분야 투자도 15건으로 성적이 좋았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고미코퍼레이션이 12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상반기 시리즈A를 유치한지 10개월 만이다. 이번에 MDI벤처스로부터 첫 해외투자도 이끌어 냈다. MDI벤처스는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통신사 텔콤그룹 산하 VC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콘텐츠·소셜’ 분야에 가장 많은 돈이 들어왔다. 이 분야 스타트업 13곳에서 1943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콘텐츠 플랫폼 리디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12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1000억원이 넘는 ‘빅투자’ 유치도 4건 있었다. 반도체 설계 플랫폼 세미파이브가 1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지난달 투자 최고액을 찍었다. 주차관제 플랫폼 아이파킹을 운영하는 파킹클라우드와 모바일 게입업체 해긴도 각각 1000억원대 투자를 끌어왔다.
대규모 투자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인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지난 14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이번 투자금을 통해 수도권에 11만5000㎡ 규모의 버추얼 스튜디오를 확충하고 메타버스 전문가 인재 양성, 기술 고도화, 신사업 개발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도 최근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서비스 로봇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베어로보틱스는 이번 투자 유치로 2020년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37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포함해 누적 투자금액이 1450억 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투자 열풍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제조 대기업이 주도권을 쥐었던 상품경제 시대가 쇠퇴하고 서비스경제와 경험경제 시대가 되니 IT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서 "제2 벤처 붐은 한국만이 아닌 글로벌한 산업 전환기에 나타난 전 세계적 현상이라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