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에 국가가 재산형성 기회 부여
20% 넘는 금리에 근로자 절반 몰리기도
만기 길고 재정부담 커지면서 점차 사라져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서민형 재형저축.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금융자산 증식수단은 무엇인가요? 예·적금 특판? 주식이나 펀드? 1970~1990년대만 해도 대세는 ‘재형저축’이었습니다. 재형저축의 어떤 점이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재형저축은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의 줄임말입니다. 서민과 중산층에게 재산형성의 기회를 주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금리가 민간은행에서 나온 상품보다 높고 비과세 혜택까지 있어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한 상품입니다. 가입기간이 길어 목돈이 쌓이기 때문에 만기 시 받는 금액도 두둑하죠.
재형저축이 시작된 건 1976년입니다. 당시 정부는 중산층 확대와 새마을운동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근로자의 저축을 유도하고 싶어했습니다. 1972년도 일본의 재형저축 정책이 성공하자 이를 벤치마킹한 거죠. 각종 사료에 따르면 도입 당시 재형저축의 금리는 연 최고 26%였다고 합니다. 3년간 가입자를 받았더니 무려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 몰렸죠.
1980년대에도 재형저축의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월급 25만원 이하였던 가입대상자가 월급 60만원 이하로 확대됐거든요. 물론 금리가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15~20%에 육박하는 이자율은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초년생의 경우 재형저축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필수 재테크’ 상품처럼 여겨졌습니다.
긴 만기·재정부담에 시들해진 재형저축
재형저축의 인기가 시들해지게 된 건 90년대부터입니다. 당시 국민소득이 크게 늘면서 재형저축을 희망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죠. 만기가 길어 목돈이 묶인다는 단점도 주목받았고요. 만기를 채우지 못하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없었거든요. 정부도 재형저축 가입자에게 지급하던 저축장려금이 재정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해 1995년 폐지하게 됩니다.
사라졌던 재형저축은 18년 만인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이유는 ‘근로자의 목돈형성 마련을 돕는다’였고요. 가입대상은 연봉 5000만원 이하로 확 늘렸습니다. 만기는 7년이고 재형저축이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이 있었습니다. 처음 3~4년간 고정금리를 받고 이후 1년 단위로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식이었죠. 보통 연 4~4.6% 금리혜택을 받았는데 출시 첫날 판매액에 2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재형저축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2월 검토했던 카드이기도 합니다. 당시 이 후보 측은 청년 청약통장에 재형저축 기능을 더하는 방안을 살펴봤었죠. 유세 중에도 “청년희망적금이라고 목돈을 마련하게 해줬더니 미어터진다고 하는데 액수가 너무 적고 지원액이 적다”며 “재형저축처럼 이자 조금 지원해주고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면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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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적인 인기를 끈 청년희망적금 가입자 수요조사도 재형저축 가입자를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청년희망적금의 저축장려금 대상을 38만계좌로 예측했습니다. 근거는 2013~2015년 은행에서 운영했던 재형저축 상품의 청년계좌 추정 규모였죠. 업계에 따르면 실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2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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