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급등
지정학적 긴장감에 수급문제, 수요확대 겹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에 국제유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북해산 브렌트유가 2014년 이후 최고 가격인 배럴당 90달러선을 장중 돌파했다. 유럽의 대체수요가 몰리면서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된 석유수급에 지정학적 위기가 더해졌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에도 높은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격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26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보다 2.00% 오른 배럴당 89.9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90.32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일대비 2.04% 오른 87.35달러에 거래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고조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던 유럽국가들의 대체수요가 집중된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북미 천연가스 주요 가격지표인 헨리허브 가스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3.64% 상승한 MMbtu(100만 영국 열량단위)당 4.04달러로 마감됐다.
이날 미국이 러시아가 앞서 보낸 안보보장 요구안에 대해 서면 답변을 전달했고, 여기에 러시아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서면 답변과 관련해 "미국이 그간 공개적으로 언급한 입장이 담겨 있고 나토의 개방정책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공은 이제 러시아로 넘어갔으며 러시아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준비돼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측은 곧바로 실망감을 표명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를 묻고 싶다"며 "서방의 답변에 대한 추가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서방과 러시아간 대화의지와 노력은 계속되고 있음은 확인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은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 끝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휴전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4개국은 앞으로 2주 내에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협의를 이어간다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가 앞으로 다소 해소된다해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급문제와 높은 수요가 에너지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어 유가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분석노트를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석유수급 악화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겹쳤다"고 분석했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여파에도 에너지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되지 않고 있다"며 유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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