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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나로 향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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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나로 향하는 시간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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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다니다가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의 자화상을 보게 되면 흠칫 놀라곤 한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 것처럼. 17세기를 살았던 화가의 실제 모습을 볼 방법은 없지만 40여 년에 걸쳐 그린 100여점에 달하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그의 얼굴을 익숙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곳곳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자화상들은 밀레니엄의 끝에서 극적으로 한데 모일 수 있었다.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서 '렘브란트에 의한 렘브란트 (Rembrandt by himself)'라는 역사적인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자신을 보여주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 말과 글, 또는 가상 현실 속 아바타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재생산 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관점에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렘브란트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들여다보는 방식을 선택했다. 전쟁을 경험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 보냈던 예술가의 고된 삶, 자신이 딛고 있는 그 실체를 그대로 그림 속에 투영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는 그의 자화상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이유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 어쩌면 가장 어려운 그 작업을 렘브란트는 이뤄냈다.


그 보편적 가치는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2천억원을 들여 프랑스로부터 렘브란트 자화상 한 점을 구입하기로 한 사례에서도 잘 이해된다. 또한 괴테나 고흐 등 후대의 적잖은 예술가들이 그로부터 깊은 영감을 받았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마치 흐르는 삶 속에서 찾아낸 일기와도 같다.


프랑스 사상가인 몽테뉴(M. Montaigne, 1533~1592)는 글로써 자화상을 남겼다. 그는 500여년 전에 수필의 기원이 된 ‘에세Essais’라는 자유로운 글쓰기 형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재미나 지식이 목적이 아닌 오직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을 써 보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원형에 집중하고자 했다.


소르본 대학교 인근에는 여전히 몽테뉴의 동상이 서있다. 그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고뇌에 잠겼을 것인가. 그는 많은 철학자들에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흑사병과 종교전쟁의 혼돈 속에서 살았던 한 자유인이 궁극적으로 자신을 향해 나아갔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사유를 가능케 한다. 그가 추구했던 것은 단지 자연스럽고 평범하고 꾸밈없는 자신 그대로가 드러나는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만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아가 왜곡 없이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인식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몽테뉴가 오랜 시간을 은둔하면서 자신에게만 침잠할 수 밖에 없었던 노력이 이를 입증해준다.


지금 우리는 자유롭지 못한 시기에 봉착해 있다. 이 시대가 초래한 새로운 전쟁이 계속되고 있기때문이다. 렘브란트나 몽테뉴가 살았던 위기의 시대와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외부로만 향했던 관심들을 나에게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작은 바람이 생겨났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을 보고 있으면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고 자신의 낯선 모습 앞에서 결국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오랜 습관은 타인을 동경하고 결정된 성공의 범주를 따르고자 이끌어왔다. 그로 인해 진정한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나만의 자화상을 만들기 위해 나로 향하는 여정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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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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