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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한국유사] 조명연합군 공격에 궁지몰린 기요마사, 日선 고난극복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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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왜성 전투 '절반의 성공'

[이상훈의 한국유사] 조명연합군 공격에 궁지몰린 기요마사, 日선 고난극복 영웅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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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왜성 전투는 임진왜란 막바지인 1597년 12월 말부터 1598년 1월 초까지 벌어진 대규모 전투다.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시 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출병도병풍(朝鮮出兵圖屛風)’에는 울산왜성 전투 당시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산성전투도’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성을 포위한 대규모 조명연합군과 성곽 안에서 말을 잡아먹는 일본군의 처절한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울산왜성 전투를 기록한 일본 측 기록물에는 당시 일본군이 심각한 식수난과 식량난으로 인해 피가 섞인 물을 마시거나 종이를 씹어 먹고 흙벽을 끓여 먹었다고 되어 있다. 또 물을 마신 자의 소변을 받아먹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울산왜성 전투에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는 시종 군량 부족과 식수마저 끊긴 열세 속에서 최악의 고전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가운데 가장 전투력이 뛰어났다고 평가되는 기요마사가 울산에서 조명연합군에게 포위되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일본군은 명나라의 원병과 조선군 및 의병의 반격으로 전선이 소강상태에 빠지자 일단 남쪽으로 물러났다. 1597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서쪽의 순천에서, 기요마사는 동쪽의 울산에서 왜성을 축조하며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왜성은 주로 강이나 바다에서 200~300m 떨어진 독립된 구릉에 축조되었는데, 일본군은 동남해안에 30여개의 왜성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방어력을 높였다.


조명연합군은 방어에서 벗어나 일본군의 거점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기로 한다. 이에 순천의 유키나가를 공격하자는 전라도 공격론과 울산의 기요마사를 공격하자는 경상도 공격론이 대두되었다. 결국 일본군의 주요 근거지인 부산 및 서생포와 가깝고 일본군 대표 무장인 기요마사가 있던 울산왜성이 첫 공격 목표로 선정되었다.


울산왜성은 현재 울산 중구 학성공원에 있다. 울산왜성의 성곽은 크게 석성으로 쌓은 주곽부(主郭部)와 토성으로 쌓은 외곽부(外郭部)로 구성되었다. 주곽부는 여러 겹의 소곽(小郭)이 단을 이루며 축조되었다. 해발 약 50m인 산꼭대기에 ‘혼마루(本丸)’를 두고, 혼마루 북쪽 아래 서북쪽 해발 35m 지점에 ‘니노마루(二之丸)’를 배치했으며, 그 아래 서북쪽 해발 25m 지점에 ‘산노마루(三之丸)’를 구축했다. 주곽부의 남쪽에는 군수물자 및 병력 수송을 위해 항시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었다.


1597년 12월22일, 울산왜성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는 이듬해인 1598년 1월4일까지 10여일간 지속되었다. 울산왜성 공격에 참가한 조명연합군은 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조명연합군의 좌군은 반구정(伴鷗亭)의 적진을 공격했고, 중군은 병영길을 통해 곧장 본진을 공격했으며, 우군은 태화강의 적진을 포위했다. 명나라 유격장 모국기(茅國器)는 절강지역 정예병을 이끌고 외부 성책을 돌파해 쳐들어갔고, 유격장 진인(陳寅)도 외부 성책을 돌파했다. 결국 일본군은 외곽 진지를 모두 포기하고 주곽이 있는 울산왜성으로 후퇴했다.


울산왜성은 외곽 성책이나 진지와 달리 견고했다. 조명연합군은 몇 차례 공격을 시도한 후 함락이 여의치 않자, 물러나 울산왜성을 포위해 고립시켰다. 성 주위의 우물을 메우고 교통로를 차단했다. 이에 울산왜성에 고립된 일본군은 추위, 식수난, 식량난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탄약을 비롯한 보급품 고갈로 전멸 위기까지 몰렸다고 알려져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는 "아군의 병력이 10배면 적을 포위하고, 5배면 적을 공격하며, 2배면 적을 분산시킨다"고 되어 있다. 울산왜성 축성은 오타 가즈요시(太田一吉)의 책임하에 진행되었는데, 축성에 동원된 일본 측 인원은 1만64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근처에 있던 읍성과 병영성을 헐어 그 석재를 활용해 왜성을 축조했다. 동원된 인원 거의 대부분이 일본군이므로 이를 일본군 총 병력으로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공격하는 조명연합군 4만여명과 방어하는 일본군 약 1만6400명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조명연합군과 일본군의 규모는 약 2.5배 차이 난다. 조명연합군이 병력 우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포위공격을 하기에 그렇게 여유로운 숫자는 아니다. 게다가 조명연합군은 조선군과 명군의 연합체이므로 지휘체계가 일관되게 확립되지 않았고, 양자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도 있었다. 조명연합군의 사기가 일본군을 압도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단병기(短兵器) 숙련도는 일본군이 더 높았다. 당시 조명연합군은 구릉에 위치한 성곽에 대한 공성전을 감행해야 했다. 하지만 공성무기 자체가 미비했고, 화포 또한 지형상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조명연합군의 울산왜성 포위 공격은 처음부터 수월한 작전이 아니었다.


"12월26일, 그런데 이와 같이 되어서는 곡물과 물이 고갈되어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벌써부터 한 사람, 두 사람 쓰러져서 죽어가기 시작하는 것을 본다. 이 성 안에서 곤혹스러운 것은 세 가지로 국한된다. 추위, 배고픔, 갈증이 바로 그것이다."


규슈 오이타현 안요지(安養寺)의 승려인 케이넨(慶念)은 정유재란 시 의사로 종군하여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를 작성했다. 위의 기록은 12월26일의 일기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나흘 후의 기록이다. 포위된 울산왜성 안의 일본군이 심각한 추위, 식량난, 식수난을 겪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케이넨의 12월22일 일기에는 "아침 식사를 할 무렵 그(조명연합군) 공격이 맹렬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비록 포위된 상황이긴 했지만 일본군도 전투 초기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케이넨은 25일에는 "비가 몹시 심하게 내려서 모든 사람들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28일에는 "식수와 식량은 한층 더 줄어들어 그 무엇도 곤혹스럽고 어렵게 보였다"고 적었다. 즉 26일에는 식량과 물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26일에 1~2명이 쓰러진 것은 식량이나 식수의 고갈 때문이 아니라 전투 후유증이나 병약함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포위된 측의 상황은 악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케이넨의 일기를 보면 12월28일 이후부터는 단 한 차례도 식수나 식량이 부족하다고 언급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로 인한 사망자 기록도 없다. 일본군은 울산왜성을 축조하면서 사전에 대량의 군수물자를 비축해 두었다. 당시 울산왜성에 고립된 일본군이 식수와 식량 때문에 곤란을 겪은 것은 분명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울산왜성 포위전은 12월23일부터 이듬해 1월4일까지 지속되었다. ‘징비록’에는 "밖의 군사가 성 밑에 이르면 총탄을 빗발처럼 마구 쏘았다"라고 되어 있고, ‘선조실록’에는 12월25일, 26일, 29일 모두 적의 탄환이 ‘비 오듯’ 많았다고 되어 있다. 일본군은 1월4일 조명연합군이 철수하는 당일까지 조총을 ‘비 오듯’ 발사했다. 최종 공격에서는 일본군의 조총에 맞은 명군의 숫자가 500명에 달했다. 울산왜성의 일본군은 포위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탄약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는 군기(軍記)를 통해 전쟁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 가운데 ‘요시카와 가보(吉川家寶)’에는 "울산왜성의 일본군은 2만명에 불과하고, 조명연합군은 100만명이 넘는다"는 표현이 남아 있다. 기요마사가 지휘하는 일본군이 조명연합군 ‘백만대군’에 포위당한 극한 상황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요마사의 ‘영웅적 이야기’를 극적으로 포장해 일본군의 위대함을 칭송하고 있다.


조명연합군이 초반 승기를 타고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으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감수하고 공세를 유지하였다면, 울산왜성을 함락시키고 기요마사를 사로잡았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울산왜성 전투에서 극한 상황을 극복한 점을 강조하며 미화했고, 조선은 기요마사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점을 강조하며 위안을 삼았다. 결국 일본과 조선의 시각 차이에서 울산왜성 전투의 이미지는 서로 왜곡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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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학 교수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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