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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출입 금지' 아파트…배달 노동자-입주민 갈등 반복...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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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한 아파트, 안전 등의 문제로 '지상 출입 금지'
배달 노조 "오토바이 특성상 미끄러운 지하주차장서 사고 위험"
"피해는 온전히 배달 노동자의 몫"
지난 다산신도시·고덕동 택배대란도 지상 출입을 금지하며 갈등 고조

'지상 출입 금지' 아파트…배달 노동자-입주민 갈등 반복... 대책은 한 아파트의 오토바이 출입 금지 안내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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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택배 차량·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이 제한되는 차 없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면서 택배·배달 등 필수 노동자와 주민간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인천송도지회는 인천 연수구 송도SK뷰 아파트 단지에 대한 배달을 중단한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아파트 단지는 지난 10일부터 오토바이 지상 출입을 막기 위해 지상 1층 현관에서 세대호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라며 "23일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측에 배달 거부를 통보하고 협의를 요청했으나 거부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라이더유니온은 "오토바이 특성상 지하 주차장은 미끄러워 사고 위험이 크고 비가 오는 날에는 경력이 많은 베테랑 라이더도 넘어져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고가 나면 피해는 온전히 배달 노동자가 떠안아야 하기에 지하 주차장 통행을 꺼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배달 노동자와 아파트 측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오토바이 지상 출입 문제를 두고 배달원과 경비원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토바이의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배달원을 다치게 한 아파트 측은 '갑질'을 멈추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화에 나서달라"라고 촉구했다.


'지상 출입 금지' 아파트…배달 노동자-입주민 갈등 반복... 대책은 지난 3월30일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파트 측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렇게 지상 출입 금지 문제로 아파트 측과 갈등을 빚는 것은 2018년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지난 4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 등 '차 없는 아파트'에서 벌어진 택배대란 때의 양상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산신도시 사례의 경우, 2018년 3월 차 없는 공원형으로 설계된 A 아파트에서 화물 차량 후진으로 단지 내에서 한 아이가 차에 치일 뻔한 사고가 발생한 뒤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단지 내 차량 진입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은 높이 제한을 두고 있어 택배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했고, 배송을 위해서 택배 노동자들이 직접 카트를 끌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택배 노동자들은 1615세대나 되는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를 걸어서 배송하기는 어렵다고 호소하며 주차장으로 택배를 받으러 나올 것을 요구했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 아파트 입주민과 택배 노동자 간의 갈등이 커지자, 국토교통부가 2019년 1월부터 지상공원형 아파트에 대해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높일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지상 출입 금지' 아파트…배달 노동자-입주민 갈등 반복... 대책은 지난 4월2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후문 인근에 택배 상자들이 쌓여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번 달 1일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이 금지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마찬가지로 고덕동 택배대란도 지상 출입이 금지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차 없는 아파트로 설계됐다는 이유로 지난 4월1일부터 지하 통행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지원센터는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들어올 경우 사고가 날 수 있고, 보도블록도 훼손된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에 완공돼 변경된 규칙을 적용받는 대상이 아닌 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제한 높이는 2.3m로, 높이 2.6m 안팎의 택배 차량이 진입이 불가능했다.


이에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오늘부터 물품을 아파트 단지 앞까지만 배송하고 찾아오는 입주민 고객들에게 전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 훼손, 불편함 등의 이유를 들면서 택배 노동자와 대립이 격화되었고 결국 택배노조는 파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역시 정부가 나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갈등이 수그러들었다.


아파트 단지 내 지상 출입 문제를 둘러싸고 택배·배달 노동자와 갈등이 반복되다 보니,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는 차 없는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민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인하대 아태물류학과 교수는 "배달 노동자의 경우 단기적으로 일하거나 회전율이 높은 직업이다. 택배 노동자와 달리 통계 자료도 따로 없는 상황"이라면서 "산업 규모·구조 등이 택배보다 작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처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아파트 주민들과의 대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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