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춥다. 따뜻하게 입어라”…성매매 그만두게 한 아빠의 댓글

시계아이콘02분 0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춥다. 따뜻하게 입어라”…성매매 그만두게 한 아빠의 댓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춥다. 감기 걸린다. 따뜻하게 입어라.”


조건만남을 하려고 나온 A씨는 “추운 새벽 한강에 있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생각지 못한 아빠의 댓글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게 좀 컸어요”


A양은 초등학생 시절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가 야간작업 때문에 집에 잘 들어오지 못해 동생과 둘이서 무서운 밤을 견뎌야 했다.


아버지 지인에게 성폭행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학교에서는 엄마도 없고 잘 씻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왕따를 당했고 남들의 관심을 끌려고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A양이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구다. 어렵사리 사귄 친구가 어느 날 “남자랑 성관계하면 돈을 주는데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A양은 “이 친구와 같이 있으려면 이거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10대 청소년기부터 20대까지 조건만남을 지속한 A씨가 결정적으로 성매매를 그만두게 된 계기도 친구였다. A씨는 “제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걸 엄청 신경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저에 대해 ‘걔 좀만 둥개둥개 해주면 지가 돈 다 쓰는 호구야’라고 뒷얘기를 하는 걸 듣게 됐다”며 “내가 하던 행동이 전부 다 부질없던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하 여가원)이 최근 발간한 ‘제주지역 성매매 피해 청소년 실태와 지원방안(연구책임자 이화진 연구위원)’에 실려있다. 여가원은 성매매 피해 청소년 및 관련기관 종사자 각각 10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통해 성매매 진입 배경 및 피해 실태, 피해 대응 및 영향, 피해자 지원 및 인식개선을 위한 정책 수요 등을 수록했다.


11일 여가원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매매하게 되는 계기는 아동학대와 성적학대, 또래 관계 유지, 경제적 궁핍 등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 시절부터 타인과 관계나 애정에 목말라 있던 A양의 경우 친구 사이를 유지하려고 성매매를 택하게 됐다고 한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 중에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극단적 선택과 자해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B양은 “허벅지에 자해하고 벽에 머리를 박기도 했다”며 “딱 그때 뿐이기는 하지만 내가 힘든 걸(주변에서) 알아주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C양은 자신이 죽는 것보다 죽은 후 아무도 와줄 사람이 없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 크다고 한다. C양은 “베란다에 올라가서 내가 죽어도 누가 나한테 뭐라 할까? 사람이 죽으면 다 슬퍼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죽으면 누가 와 줄까? 죽고 나서 아무도 안 올까 봐 그게 너무 무섭고 비참한 거예요. 내 얘기 들어주는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토로했다.


경제적 문제는 청소년들이 성매매하게 되는 이유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 공공기관의 경제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한 청소년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 동사무소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는데 50만원을 지원해줄 수 있지만 80만원 이상을 받는 일을 하면 중단된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이 청소년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서 학점은행제를 신청하려는데 ID 발급에 4000원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그 돈조차 없었거든요. 복지시설 직원에게 ‘저 어떡해요’ 물으니 ‘저한테 그걸 왜 물어요?’ 그러는 거예요. 엄청 울었어요. 너무 서러워서. 그 적은 돈이, 이렇게 크게 영향을 미칠 줄 몰랐어요”라고 했다.


여가원은 “경제적인 부분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성매매 초기 진입의 이유는 또래 관계 유지를 위한 부분이 상당하게 존재한다”며 “재진입을 막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부모와 친구 등 대인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양은 “저 같은 경우는 돈이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로 성매매를 하게 됐어요”라며 “지금 성매매를 하려는 친구들이 있다면 사람과의 관계와 관계를 쌓는 방법 같은 걸 가르쳐주는 게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생각이지만 다 외로워서 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했다.


AD

여가원은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를 발견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성인과 다른 청소년 문화와 소통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피해 청소년 대부분이 생활비 문제로 성매매를 하는 만큼 다양한 방식의 자립지원과 관련 기관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영남취재본부 주철인 기자 lx9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