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시비비]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

시계아이콘01분 19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시시비비]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AD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인 전기, 도로, 철도는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 제공한다. 이처럼 정부 자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업도 아닌 중간적인 형태의 조직이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정부의 투자, 출자 또는 재정지원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이며,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공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여 공급하는 기업체 형태이나, 준정부기관은 기업적 성격보다는 정부의 업무를 위탁해서 집행하는 성격이다. 다만, 자체 수입이 50% 이상 되어야 공기업이 된다. 기타 공공기관은 수입 기준의 적용이 적절하지 않거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설립된다.


대표적인 공공기관으로는 한국전력, 도로공사, 철도공사, 국민연금 등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기관들이 있는데, 부처별로 보면 2021년 3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7개, 산업통상자원부가 40개, 문화체육관광부가 32개, 국토교통부가 28개, 보건복지부가 27개, 교육부가 20개 등의 총 350개의 공공기관이 지정되었으며, 직원은 작년 말 기준 행정부 공무원 110만6552명의 40%에 이르는 40만9374명이다. 이처럼 엄청난 숫자의 공공기관이 정부의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대부분을 실제 집행하는 곳은 공공기관이며, 이에 따라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직접 체험하는 곳도 공공기관이다.


현행 법제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기관장에 대해서 3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등 공공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공공기관에 자율성과 책임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것이 없다면 공공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상은 어떨까. 필자의 경험으로 공공기관 경영실적의 상당 부분은 부처의 정책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집행실적만이 아니라 정부정책 입안을 포함한 전체 정책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또한 공공기관의 직원은 사실 해당 분야에 오랜 기간 근무하기 때문에 보직이 자주 바뀌는 공무원보다 전문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전문성은 정치권과 부처에서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의 정치적 입장과 모든 사항에 대한 보고와 승인을 원하는 부처 공무원들의 성향에 의해 무시되곤 한다. 영혼 없는 공무원보다 더 영혼 없는 공공기관 직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분업이 꼭 횡적인 경우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종적인 경우에도 업무의 성격, 범위에 따라 분업이 가능하다. 정책 방향은 부처가 결정하더라도 세부적인 지침은 공공기관이 정하도록 하고 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더구나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정책문제가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정부, 공공기관 간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후자가 전자의 손발만 되는 사이가 아니라 두뇌도 되는 사이가 돼야 한다.


AD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