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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왔지, 죽으러 오지 않았다" 처참한 노동환경에 '갑질 모욕'까지…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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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다른 기숙사 상황도 마찬가지...안타깝다, 인원 배분 절실"
노조 "갑질 자행 관리자 파면…노동환경 개선 대책 마련" 촉구
유족 "근로자가 꼭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분통
학교 측 "산재처리 요청 들어오면 적극 협조"

"일하러 왔지, 죽으러 오지 않았다" 처참한 노동환경에 '갑질 모욕'까지…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의 쓰레기장 모습.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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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여기를 한 분이 청소하실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서울대학교 기숙사에서 사는 A 씨(20)는 "이 건물 전체 화장실·샤워실이 모두 8개"라며 "일단 이걸 혼자 청소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A 씨가 지내는 이 관악학생생활관 여학생 기숙사(925동)는 1983년 전후 준공돼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렇다 보니 청소노동자들은 100ℓ짜리 봉투를 매일 계단을 통해 6, 7개씩 채워 옮긴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전국 대부분 지역 최고 체감온도는 31도 내외다. 청소노동자 처지에서는 근무복을 비롯해 아예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수밖에 없고, 숨은 턱까지 차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처참한 근무 환경과 직장 내 갑질을 버티다 못한 한 청소노동자는 그렇게 쓰레기봉투를 옮기다 생을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청소노동자 이 씨는 이 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노동조합은 직장 내 갑질에 시달린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를 잃은 남편은 다시는 아이들의 엄마와 아내를 볼 수 없다는 현실에 분노하고 또 개탄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숨 막히는 업무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7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민주노총) 및 유족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이 모씨 사망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고인은 지난달 1일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학교 측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서 박문순 노조 서울본부 법규정책국장은 "고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파열"이라며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유족과 함께 산업재해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고인은 지난달 1일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학교 측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전관리 팀장이 매주 수요일 진행한 청소노동자들 회의에서 "남성 청소 노동자는 회의 시 정장을, 여성 노동자는 복장을 예쁘게 단정하게 입을 것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팀장이 청소 노동자들의 밥 먹는 시간을 감시하고 전에 없던 청소 검열을 새로 시행하는가 하면 "볼펜과 메모지를 지참하지 않으면 근무 평가 점수를 1점씩 감점하겠다"며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일하러 왔지, 죽으러 오지 않았다" 처참한 노동환경에 '갑질 모욕'까지…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치러야 했던 필기시험. 청소 업무와 무관한 업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자·영어 시험. 사진=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또 다른 갑질의 근거로 노조가 제시한 것은 '시험지'였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시험지에는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라", "기숙사 919동의 준공연도는?", "우리 조직이 처음 개관한 연도는?" 등의 문제들이 출제됐으며, 이를 채점한 결과를 다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밝혀 모욕감이 들게 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숨진 이씨의 노동 강도에 대해서 노조는 "이씨는 총 196명이 거주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매일 전 층의 대형 100L 쓰레기 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날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음식 배달 증가로 노동 강도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씨가 근무한 기숙사와 50m 넘게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쓰레기장에는 100L짜리 쓰레기봉투가 여럿 쌓여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노조 관계자는 "100L 쓰레기봉투는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일부 지역에선 판매를 금지하는 등 점점 줄여나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근처 기숙사에 거주하는 B씨(20)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친구가 말해줘서 기사를 봤다"며 "사실 평소에도 신경이 좀 쓰이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휴게실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청소노동자분께서 (야외)기둥 뒤 의자에서 쉬고 계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그런 모습 보면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근처 기숙사에서 지내는 C씨(21)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안타깝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저희 동도 한 분이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9층이나 되는 이곳을 다 혼자 하시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제가 거주하는)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매일 쓰레기 청소를 하시는데도 쓰레기가 엄청나게 쌓인다"며 "지금은 방학이라 학생들이 좀 빠진 상태지만 학기 중에는 많이 더 많이 있다"고 전했다.


"일하러 왔지, 죽으러 오지 않았다" 처참한 노동환경에 '갑질 모욕'까지…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내 청소노동자 휴게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학생들은 숨진 이 씨를 비롯해 기숙사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강도 높은 업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앞서 이 기숙사에 거주한다고 밝힌 A씨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추가 인원 배분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며 "기숙사 세탁기도 문제가 많아서 (학생들) 문의가 많으니까 아주머니께서 본인이 청소해주시겠다고 하셔서 그것까지 청소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숨진 이씨의 남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다가 귀국해 막막했을 때 정부의 구직자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 서울대에 취업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걱정 없이 아이들에게 공부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희 부부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쓰레기의 양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이 많아져 1년6개월 동안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며 "아내를, 엄마를 이 땅에서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근로자는 일하러 출근했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다.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배려해 근로자가 꼭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일하러 왔지, 죽으러 오지 않았다" 처참한 노동환경에 '갑질 모욕'까지…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모씨 사망과 관련해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측에 대책 마련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김이회 노조 공동위원장은 "2년 전에도 노동자를 보냈다"며 "그때는 환기도 안 되고 에어컨도 없는 더위에 떠나보냈다. 이후 그나마 에어컨도 달고 약간의 보수가 된 것 같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9년 8월 서울대 제2공학관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에어컨이 갖춰지지 않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관리자, 총장,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저 에어컨 하나 놔주는 것으로 끝난 것으로 보는 것"이라며 "이 사망사건으로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었고 어떻게 사람을 대했는지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직장 내 갑질을 자행하는 관리자들을 묵인하고 비호하는 학교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 ▲직장 내 갑질 자행한 관리자의 파면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노동환경 개선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직장 내 갑질을 자행하는 관리자들을 묵인하고 비호하는 학교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오세정 총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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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대 관계자는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산재처리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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