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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불편한 이름 '공대 아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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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대 아름이’라는 말이 있다. 2000년대 중반 한 통신사의 CF 소재가 돼 유명해졌다. 공대를 비롯한 이공계열 대학에 워낙 여학생들의 숫자가 적어 발생하는 여러 독특한 현상들을 상징하는 말이다.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각 대학들의 이공계열 학과에서 여성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한 학년에 1~2명 뿐인 경우도 많았고 아예 한 명도 입학하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 해에 입학한 학년의 과대표들은 인근 여대와의 조인트 MT를 주선하라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곤 했다. 이 단어에는 또 성별 숫자의 차이가 현격한 과에 입학한 여학생들에 대한 남학생들의 부러움과 시기도 섞여 있다.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로부터도 ‘공주’ 취급을 받아 학점도 잘 따고 장학금도 독차지하며, 나중에 대기업 추천서도 받아 취직도 잘 한다는 ‘편견’이 ‘공대 아름이’라는 단어로 나타난 것이다. 이공계를 졸업한 실력파 여성들이 정부기관은 물론 산학연에서 ‘최초’와 ‘최연소’의 타이틀을 달며 승승장구한 사례가 많았던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성들의 이공계열 기피 현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추세다. 전국 이공계열 학과 입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은 20% 수준에 머물다가 2017년 25%, 2018년 29.3%, 2019년 29.2%를 기록했다. 2019년 기준 재학생 중 여성의 비율은 30.5%(23만9940명)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높아졌다. 40년새 20배가량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 사립입시기관은 최근 공대생 중 여학생 비율이 1980년 1.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0배가 늘어난 20.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성들이 이공계열 학과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견이 존재한다. 과거 관념으로는 신체적ㆍ선천적 차이, 즉 여성들은 언어적인 능력이나 감수성이 남성보다 뛰어나지만 수학ㆍ과학 등 논리적인 영역을 다루는 학문에선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남녀 학생의 수학, 과학 점수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됐고, 여성들이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하지 않는 것은 편견과 체험 기회 부족 등 사회적 이유 때문이고 보는 게 요즘 추세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여성들의 이공계열 학문 전공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2년 제정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하고 과학기술계에서 남녀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에만 140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한국장학재단은 전체 이공계 대상 국가우수장학금을 35%를 여학생들에게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3월 국회에선 과학기술 연구개발 전단계에 성별 등 특성을 반영하라는 내용으로 ‘과학기술기본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이대남(이십대 남성)’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대학 내에서 ‘총여학생회’가 대부분 사라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미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성별 만을 이유로 추가 지원을 해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지금까지의 정부나 정치권의 지원과 고민이 ‘여성에 대한 차별 해소’였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이대남들은 호소한다.


‘공대 아름이’라는 불편한 단어가 MZ 세대에겐 잊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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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4차산업부 차장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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