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순이익 50조 4300억원 달성
역대 일본 기업 중 최고기록
지난해 순익 기준 애플, 아람코 이어 3위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해 5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미국의 애플, 사우디 아람코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연이은 투자 실패로 굴욕을 맛본 손 회장이 1년만에 설욕한 것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오후 발표예정인 소프트뱅크의 2020년 회계연도(3월 결산) 순이익이 4조9000억엔(약 50조 4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중 미국의 애플(약 6조1905억엔), 사우디 아람코(약 5조 2618억엔)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삼성전자(약 26조 4078억원)가 거둬들인 순이익보다도 2배 많은 수준이다. 일본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기록은 2017년 도요타가 기록한 2조 5000억엔이었다.
순이익으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4조7882억엔), 중국공상은행(4조7499억엔),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4조5399억엔), 구글(4조2994억엔) 등을 모두 앞질렀다.
소프트뱅크의 실적을 견인한건 비전펀드가 운용하는 투자수익이다. 지난 2019년 회계연도에는 손 회장의 연이은 투자 실패로 역사상 최대 규모인 9615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의 발목을 잡았던 비전펀드가 1년만에 효자로 등극한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주식시장 호황으로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하는 기업의 기업공개(IPO)에서 높은 가치를 얻으면서 투자수익이 크게 늘었다. 손 회장이 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과, 미 음식배달서비스앱 도어대시가 성공적으로 미 증시에 상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중국의 배차 서비스 디디추싱과 동남아시아 차량공유서비스 그랩, 15초내외의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등의 기업 가치도 크게 올랐다.
2017년 시작한 비전펀드 1호는 총 92개사에 투자했고 지난해 말까지 이 중 10개사의 자금회수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출범한 비전펀드 2호는 지금까지 26개사에 투자하는 등 총 1000억달러(약 114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도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기록적인 수준의 순익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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