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전성기 불구
중소·B2B 영업 업체들은 매출 줄고 영업 손실·폐업까지
주택경기 불황·코로나 영향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가구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샘·현대리바트 등 유명 브랜드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업체는 폐업하거나, B2B(기업간 거래) 영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 등에 따르면, 가구업계 1위 한샘은 지난 1분기 매출 5531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46.8% 늘어나면서 올들어서도 상승세다.
현대리바트는 1분기 매출 3504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88% 감소했지만, 스마트공장과 신규점 확장에 따른 부담이 1분기에 반영돼 잠시 주춤할뿐 상승기조는 뚜렷하다.
그러나 빌트인 가구(특판가구)가 주력으로 건설사들과의 B2B 거래 비중이 높은 '에넥스'와 '넵스'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주택경기 불황과 코로나19로 인한 시장변화가 원인이다. 매출비중에서 특판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에넥스는 70%, 넵스는 90%에 달한다. 한샘 8%, 현대리바트 20% 수준인데 반해 특판가구 비중이 상당히 높다.
2017년 53만 가구였던 아파트 분양물량이 2018년 18만 가구로 반토막 나면서 특판가구 매출도 뚝 떨어졌다. 특판가구 매출은 아파트가 분양된 뒤 입주를 마쳐야 발생하는 만큼 2018년에 부진했던 실적이 지난해 반영됐고, 올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비중이 높았던 B2C 기업들은 시판이 좋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특판 비중이 높았던 업체들은 죄다 쓴 맛을 봤다"면서 "올해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B2B 기업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넥스는 지난해 매출 2336억원에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넵스도 지난해 매출 893억원에 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1분기부터는 다소 나아지는 분위기다. 에넥스 관계자는 "특판가구 주문도 늘고 있고, B2C 시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올해는 실적도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정상용 의자를 공급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코아스'는 지난해 매출 982억원에 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코아스는 사무용가구 시장 점유율 23%(2019년 기준)로 국내 2위의 건실한 업체지만, B2B 영업으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아스 관계자는 "재택근무로 기업들이 사무용가구 수요를 줄이거나 교체시기를 연기하면서 어려워졌다"면서 "아직까지는 여파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규모 업체 중에는 아예 폐업한 곳도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이노센트가구는 최근 인천시에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브랜드와 온라인 판권은 다른 곳으로 넘겨 온라인 판매는 계속하고 있다. 남동공단 내 공장과 사무실은 폐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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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군소 영세업체가 가격 경쟁력과 지역 내 접근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코로나 이후 품질, 디자인, A/S 등이 제품 구매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면서 "브랜드 파워와 차별적 제품개발, 공격적 마케팅, 다양한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으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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