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모친 계좌 이용해 BJ에게 1억3000만원 후원
"나 군필" 성인인 척 기부하기도
최근 4년간 휴대폰 앱 미성년자 환불 사건 약 3600건
경쟁적 '도네 문화' 노출…이용자 신원 확인도 힘들어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11살 미성년자 A 양이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해 BJ들에게 거액을 송금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금전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A 양의 부친은 A 양으로부터 돈을 송금받은 BJ 30여명과 일일이 접촉한 끝에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지만, 다른 유사 사례가 재발하면 환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은 지난해 8월 초등학생인 A 양이 열흘에 걸쳐 1인 방송 플랫폼 '하쿠나 라이브'의 BJ들에게 약 1억3000만원을 후원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A 양은 모친의 휴대폰을 이용해 플랫폼 계정을 개설했고, 송금된 금액은 휴대폰과 연동돼 있던 모친의 통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A 양이 BJ들에게 후원한 금액은 이들 가족이 전셋집 이사를 위해 모아둔 보증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의 부친은 A 양이 후원금을 보낸 BJ 30여명을 모두 만나 생활고를 호소하며 환불을 부탁해야만 했다. A 양 부친의 이 같은 노력 끝에 1명을 제외한 모든 BJ가 환불을 약속했다.
이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됐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하쿠나 라이브'를 설득, A 양 부친에게 먼저 금액을 환불해 준 뒤 환불 요청을 거절한 BJ와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A 양 사건은 해결됐으나, 미성년자가 부모 허락 없이 BJ들에게 거액을 송금하며 금전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같은 사건들의 경우 BJ들이 직접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환불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게임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에서도 14세 중학생이 스트리머(streamer·인터넷 방송인을 이르는 말)에게 약 3000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을 송금한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중학생은 당시 "나는 군필이다", "일 때문에 지금 퇴근했다" 등 자신이 성인이라고 주장하며 거액을 후원했다. 그러나 정체가 탄로난 뒤 스트리머들에게 자필 사과문을 보내고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미성년자 환불 사건은 최근 4년간 약 3600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위치, 하쿠나 라이브 등 여러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는 이른바 '도네'(도네이션·기부)라고 불리는 후원 문화가 있다. 도네는 스트리머, BJ 등에게 금전적 후원을 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로, 방송인들이 획기적인 방송 콘텐츠를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호응의 의미로 도네를 하는 방식이다.
일부 방송인들은 도네를 받기 위해 시청자들을 부추기거나, 특정한 명령을 받고 이를 수행하는 등 자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미성년자들이 부모의 돈을 이용한 '도네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대면으로 접촉하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특성상, 도네를 하는 시청자들의 연령을 확인하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미성년자가 부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일일이 실제 신원을 조회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방송인 후원을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1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플랫폼 이용자의 결제한도 설정 △미성년자 보호 강화 △이용자 보호창구 △운영 불법 거래 방지 등 의무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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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일 결제 한도를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법안은 사업자에게 유료 아이템의 결제한도를 설정하고, 설정된 결제한도를 우회하기 위한 여러 비정상적인 거래행위 등을 방지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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