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뉴욕에 사는 20~30대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의 생활을 그린 미국드라마 ‘프렌즈’는 1994년 시작해 2004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시즌제로 방영된 유명 시트콤이다.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이 드라마를 통해 영어를 배웠다고 해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드에선 흔한 시즌제지만 드라마 제작 환경 및 여건이 다른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안착이 쉽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가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즌2가 시작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이른 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시즌2’다.
취임 두 달여 만인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부처 관료들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했다. 현 정부가 출범부터 품고 있던 최대 목표 중 하나인 ‘집값 잡기’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방한 말이었다. 또 지난해 신년사에는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랬던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라는 커다란 암초에 걸리며 또 다시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전 공직자의 부동산 재산을 등록하고 부동산 거래와 불법 투기를 감독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등 초강력 규제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읍소하고 있다.
현 정부의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은 오롯이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해결책은 다주택자와 투기세력 규제였다. 대출을 틀어 막고 세금 폭탄을 던지는 등 집을 사는 것이 곧 ‘투기’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집값 오름세가 그치질 않자 지난 정부의 탓으로 돌렸고 공급은 충분하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정부가 투기와 전쟁을 치르는 동안 집값은 계속 뛰었다. 심지어 현 정부의 인재 산실 역할을 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부동산 대책이 25차례나 나왔으나 서울 아파트는 한 채당 무려 5억원(78%)이나 올랐다고 비판했다.
시계를 돌려보자. 지난 참여정부 때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부동산 투기꾼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투기과열지구 확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종합부동산세 신설, 주택거래 신고지역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 2003년부터 2007년까지 9번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장은 잡히지 않았고 참여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6% 넘게 뛰었다. 결국 부동산 규제의 풍선효과가 발생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역 양극화만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현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지만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폭등에 따른 민심의 악화를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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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정부가 국민을 위한다며 가격을 통제하고 시장을 규제했던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모두 실패로 결론났지만 그럼에도 똑같은 오류가 ‘데자뷔’처럼 반복된다. 정작 국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자신들이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오만 때문일까. 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부동산 정책에서 그가 얻은 교훈은 어디 갔을까.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제 고작 1년이 남았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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