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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는 불가능한 기업가치·경영권 방어"…뒷짐진 거래소 부랴부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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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이어 마켓컬리·두나무 미국 뉴욕 상장 추진
거래소, 상장심사 미래 성장력 높게 평가 개선 분주

"국내서는 불가능한 기업가치·경영권 방어"…뒷짐진 거래소 부랴부랴(종합)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3월31일 서울사옥 본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혁신성장을 위한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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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이민우 기자] "마켓컬리 국내 상장을 유치하고 싶었는데 회사 측 입장이 (미국 상장으로)강경하네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국거래소의 한 임원은 안타까운 듯 이같이 털어놨다.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들이 미국행(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유니콘의 국내 상장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5대 핵심 전략 추진 방향’을 추진중이다. 상장심사에서 당장의 성적표보다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가총액 1조원이라는 단독 요건을 신설하는 한편 시가총액 및 자기자본 요건을 기존 6000억원·2000억원에서 5000억원·1500억원으로 낮췄다. 성장형 기업에 적합한 질적심사 기준을 만들고 다양한 분야의 기술평가 전문가를 심사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코스닥 상장 활성화를 위해 기술특례 상장 관리체계도 개선할 예정이다. 더불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성장투자기구(BDC)를 만들어 기업에는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투자자에게는 잠재적인 투자 대상을 발굴해 제공할 방침이다.


다만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아니라 유지 보수 차원의 접근이기 때문에 기업의 눈길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한 벤처캐피탈(VC) 업계 관계자는 "그간 나왔던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등과 같은 기시감이 든다"며 "빠르게 기업 생태계와 업종이 변하고 있는 가운데 얼마나 속도감 있게 성장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거래소는 2017년 1월 적자 기업도 성장성을 보고 상장을 허용하겠다는 취지에서 ‘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를 시행했지만 지난 4년간 이 방법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7곳에 불과하다.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와 두나무가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배경에는 ‘기업가치’와 ‘차등의결권’이 자리한다. 두나무의 추정 순이익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0억원 수준으로 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수준(40배)의 절반인 20배만 적용해도 기업가치는 9조7000억원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으로 국내에서는 절대 10조원의 기업가치 인정은 불가능하다.


적자 기업인 쿠팡은 사실상 국내서는 기업가치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지만 현재 미국 시장에서 80조~10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적자 기업 마켓컬리가 국내 상장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이유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과거 실적을 주로 보지만 미국은 미래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면서 "투명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적극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미국에 있다는 점도 미국행을 선택하게 한 요인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국내에서는 1주에 하나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국내 상장했다면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와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 역시 지분 희석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상장이 더 유리하다"고 전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유니콘 기업의 상장은 한 국가의 자본시장 수준 및 규모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자 세수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쿠팡과 같은 유니콘 기업의 해외 상장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자본시장 국제화에 대응하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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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상장 비용 측면에서는 국내 증시가 유리한 만큼 추후 정책 설계에 따른 신뢰감이 형성되면 유니콘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코스피 상장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외부 감사 등 상장 유지 비용만 4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이 들 수도 있다"며 "국내 증시 상장 유지 비용이 2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가성비가 좋은 편인 데다 집단 소송 등의 우려 등을 고려하면 잠재적 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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