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58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브랜드 마켓팅 차원…연례행사가 된 만우절 농담
'테슬라 파산', 폭스바겐 사명 변경 농담은 역풍 불기도
최근들어 줄여가는 추세…코로나19 요인도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AD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달콤함의 끝판왕을 선사합니다"

2018년 4월 1일, 미국의 유명 햄버거 체인 버거킹이 유튜브에 게시한 새로운 와퍼 홍보 영상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와퍼는 우리가 알고 있던 햄버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패티가 소고기가 아닌 순수 초콜릿으로만 만들어진 것이다. 이른바 '초콜릿 와퍼'다.


물론 이 초콜릿 와퍼 홍보 영상은 게시 날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버거킹의 만우절 농담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 영상은 최소 수십만회 조회수를 기록하고 사람들이 직접 초콜릿을 넣어 와퍼를 만드는 영상을 올리는 듯 반향을 일으키며 상당한 화제가 됐다.


지난 1일은 악의없는 의도로 농담을 주고받는 만우절이었다. 이날은 시민들뿐만 아니라 각 기업에서도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홍보 차원에서 수많은 만우절 장난을 저지르는(?) 날이기도 하다. 만우절에 맞춰 장난과 농담을 하며 자사 브랜드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게티 나무에서 파스타를 재배합니다"…기업들의 기발한 만우절 장난들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1957년 BBC방송에서 스위스의 한 주민이 스파게티 나무에서 파스타를 재배하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 보도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업계의 만우절 농담 중 제일 유명한 사례중 하나는 바로 반 세기 전에 나온 영국 BBC의 '스파게티 나무' 보도다. 1957년 당시 보도에는 스위스의 한 지역에서 농민들이 자신들의 집 뒤뜰에 심어진 스파게티 나무에서 파스타를 직접 재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BBC에 따르면 당시 보도는 800만여 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다음날 BBC에는 스파게티 재배 방법을 묻는 시청자들의 문의 전화가 수백 건 이상 쏟아졌고 이에 BBC는 "스파게티를 토마토 소스 통안에 넣어 땅속에 묻으면 된다"라는 재치있는 답변을 했다. 이 보도는 훗날 CNN방송이 언론계 역사상 가장 기발한 만우절 농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다른 만우절 농담 중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사례는 바로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작가 배달 서비스다. 2018년 4월 1일 아마존은 자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새로운 배달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고객이 원하는 작가를 직접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는 베스트셀러 <법의관>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패트시샤 콘웰이 등장해 고객의 주문에 따라 자신의 요트에서 출발해 직접 고객 집까지 이동하는 여정이 담겼다. 실제 유명인을 등장시켜 참신한 내용을 담아내 기발한 만우절 농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2018년 페이팔이 진행한 만우절 장난이었던 광고 장면. 핸드폰에서 바로 현금을 인출하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출처=페이팔 트위터]


이 밖에도 재밌는 평가를 받는 기업들의 만우절 장난으로는 직접 핸드폰에서 현금을 뽑아내는 기능을 출시했다는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 미국의 대형 할인점 체인 샘스클럽이 자체 출시한 가상화폐인 '벌크코인', 암살자를 주인공으로 한 비디오게임 '어쌔신크리드'를 하는 플레이어가 직접 몸 동작을 시연해 캐릭터를 움직이고 다른 캐릭터를 암살하는 기능을 출시한 유비소프트 등이 있다.


'포켓몬 고'는 만우절 농담에서 시작된 것이었다?…현실이 되어버린 장난들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만우절 장난에서 시작된 것이 실제로 구현된 경우도 있었다. 버거킹이 2018년 만우절 농담으로 내놓은 초콜릿 버거 광고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이를 실제로 출시한 것이다. 버거킹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초콜릿 와퍼를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물론, 초콜릿 패티는 아니다. 소고기 패티를 사용했지만 기존의 와퍼 소스 대신 초콜릿 소스를 올려놓았다. 앞서 지난해에도 대만의 버거킹 매장에 한해 초콜릿 소스가 뿌려진 와퍼를 판매한 바 있다.


만우절 장난에서 시작된 것이 실제로 구현돼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사한 경우도 있다. 바로 '포켓몬 고'다. 포켓몬 고의 시작은 바로 2014년 구글의 만우절 장난에서 시작됐다. 2014년 구글은 자사의 지도 어플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명목으로 자사 공식 유튜브 계정에 '구글지도: 포켓몬 챌린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2014년 구글의 만우절 장난의 일환으로 공개했던 '구글지도:포켓몬 챌린지' 광고 영상 중 한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캡처]


영상에는 사람들이 구글 지도 어플을 활용해 전 세계에 흩어진 포켓몬들을 찾아다니고 이들을 포획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은 4월 1일 한정으로 이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며 가장 많은 포켓몬을 잡은 사람은 구글에서 '포켓몬 마스터'로 취직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우리가 알던 게임 포켓몬 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은 포켓몬 저작권을 소유한 포켓몬 컴퍼니와 닌텐도, 구글이 서로 협력해 기획한 만우절 이벤트였다. 그러나 영상 조회수가 수백만이 넘어가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포켓몬 컴퍼니와 구글은 영상 속 내용을 구현할 수 있는 게임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게임의 잠재력을 이 영상을 통해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인 2016년 7월, AR 게임 개발사 나이언틱이 포켓몬 고를 내놓게 된다. 만우절 장난이 현실이 되어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플레이한 게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테슬라 파산', '폭스바겐 사명 변경'…논란과 역풍도 있어

하지만 일부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이 예상치 못한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테슬라 파산' 만우절 농담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4월 만우절을 앞두고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파산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당시 트윗은 일요일에 게시됐고 머스크가 곧 바로 만우절 농담이라고 해명했지만 다음날 증시 개장 이후 테슬라 주가는 5% 내려갔다.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린 '테슬라가 파산했다'는 내용의 트윗 [이미지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또, 투자자들로부터 "만우절 농담이 지나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테슬라의 재정 상황이 우려되면서 파산할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는데 최고경영자가 공개적으로 "파산했다"는 농담을 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더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구글 역시 만우절 농담의 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2016년 만우절 농담으로 구글은 자사 이메일 서비스에 원하는 고객에 한하여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가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움짤'(움직이는 이미지)을 이메일에 띄우고 이메일 스레드(답장 목록)를 닫아버리는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원치 않는 고객의 이메일에도 적용되며 사적 이메일은 물론 업무용 이메일 소통에도 지장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미국 매체 더버지에 의하면 한 직장인이 자신의 상사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 기능을 실수로 사용했고 이에 해당 직원은 해고됐다. 이에 구글은 해당 기능을 곧바로 없애고 공식 사과하게 된다.


초콜릿 와퍼에서 테슬라 파산까지…美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과 역풍 구글의 만우절 장난 중 하나였던 지메일 미니언즈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기능이 적용된 모습 [이미지출처=더버지 캡처]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장 최근의 만우절 농담은 바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의 사명 변경 발표다. 지난달 31일 폭스바겐은 앞으로 전기차 개발에 올인하겠다면서 자사의 사명을 볼츠바겐으로 바꾸겠다는 만우절 농담을 했다. 볼츠는 영어 단어로 '전기'를 의미한다.


전기차 개발 열풍 속에서 이러한 '농담'은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실제로 사명 변경 발표 다음날 폭스바겐 주가가 5%가량 올라가 전문가들로부터 주가 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규제 법안 전문가 제임스 콕스 듀크대 교수는 "해도 되는 일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사이에 기준선이 있다"며 "(폭스바겐은) 그 선을 넘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들어 만우절 농담 줄이는 추세

이처럼 만우절 농담이 마켓팅 효과를 노린 기업의 의도와 다르게 브랜드 이미지에 피해를 줄수도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일부 기업들은 만우절 농담을 줄이거나 하지않는 추세다.


앞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9년 만우절을 앞두고 자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만우절 농담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크다. 회사 브랜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이에 만우절 농담에 동참하지 말아달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과도한 농담이 의도치 않은 역풍을 불러일으킬수도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구글은 지난해 3월말 내부 인트라넷망에 올린 공지에서 "올해 목표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농담은 다음해 만우절로 미루자"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1년 넘게 지속되며 구글은 올해 만우절 농담도 취소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