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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세네갈 설화로 만나는 아프리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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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고 디오프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이종길의 가을귀]세네갈 설화로 만나는 아프리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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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재판’은 은혜를 잊은 호랑이를 꾀로 혼내주는 설화다. 함정에 빠졌던 호랑이는 자기를 구해준 사람을 오히려 잡아먹겠다고 덤벼든다. 사람을 미워하는 소와 여우는 호랑이 편을 든다. 토끼는 호랑이에게 사건을 재현해보자고 권유한다. 호랑이는 다시 함정으로 들어가고, 토끼는 사람에게 함정의 문을 닫게 한다.


아프리카 세네갈에도 ‘선행의 대가’라는 비슷한 설화가 있다. 악어는 사람들이 늪의 물을 뺀다는 이야기를 듣고 육지로 피신한다. 악어는 땔감 주우러 온 아이에게 자기를 강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아이는 거적과 칡덩굴로 악어의 몸을 묶고는 머리에 이고 강으로 향한다. 악어는 강물 깊숙한 곳에 들어가자 아이의 팔을 잡아챈다.


"못 놔줘. 이틀 내내 굶었더니 배고파 죽을 지경이야."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게 말이 되니?" "은혜는 원래 원수로 갚는 거지, 은혜로 갚는 게 아니야." "그럼 우리 남들한테 물어보자, 뭐라고 하나!" "좋아! 하지만 내 말에 찬성하는 자가 셋이면 널 잡아먹을 테다. 두고 봐!"


사람을 싫어하는 암소와 말은 악어 편이다. 토끼는 조그만 아이가 악어를 옮겼을 리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당시 상황을 재현해보라고 권유한다. 아이가 뭍으로 나와 악어를 다시 들어 올리자 토끼는 웃으며 말한다.


"짐을 진 채로 곧장 집으로 가. 그러면 너희 부모님과 친척들, 이웃들까지 너한테 고맙다고 할 거야. 다 같이 나눠 먹을 수 있으니 말이지. 은혜를 모르는 자에겐 이런 식으로 갚아줘야 하는 법이야."


이 설화도 ‘토끼의 재판’처럼 자기중심성에 빠진 동물의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된다. 토끼는 사람을 대변하는 지혜로운 동물로 그려진다. 힘없는 초식동물에 불과하지만 부당한 상황에서 육식동물에 지혜로 대항한다. 토끼를 대중으로, 은혜를 모르는 동물을 착취자로 보면 두 설화 모두 민중의 승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압제 속에서도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세네갈에서는 부족 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다 1859년부터 약 100년 동안 프랑스의 통치 아래 놓였다.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월로프족은 대다수가 수니파 무슬림이다. 하지만 다카르 외곽에선 지금도 마을마다 마법사가 악령을 쫓는다. 선악의 영(靈)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둠이 찾아오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판을 벌인다.


세네갈 작가 비라고 디오프가 쓴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는 이야기꽃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설화 열아홉 편을 소개하는 아마두 쿰바는 실제로 부족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기억하고 암송하는 그리오(Griot)다. 호리병박으로 만든 전통악기 소리에 맞춰 지혜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예전 우리 할머니들이 전래동화를 들려준 것처럼 부족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고 암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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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에는 오랜 세월 구축해온 고유한 정체성과 세계관이 있다. 우리와 공명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이슬람 문화의 풍요로움을 엿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들이 그들 방식으로 들려주는 문화 곳간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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