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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세밑] 원정급식 늘어선 발길…배보다 사람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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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복지관 등 문 닫고 무료급식소 운영중단 늘자
'아침엔 종로, 저녁은 성남'…문 연 곳 수백명 몰려 방역 우려

[코로나가 바꾼 세밑] 원정급식 늘어선 발길…배보다 사람이 고프다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 담장 옆에서 마스크를 쓴 노인들이 도시락 배식을 받기 위해 밀착해 줄을 서있다.(사진=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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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성탄절 연휴이던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골목 사회복지원각 노인무료급식소(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 무료 배식을 기다리기 위해 30분 전부터 노인 100여명이 탑골공원 담장 쪽으로 길게 줄을 섰다. 대기줄 앞쪽에 서 있던 70대 김호연(가명)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집 근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아 매일 아침 천안에서 이곳까지 온다"며 "배식을 받은 후에는 성남에 있는 다른 무료급식소에 들러 식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길가를 떠도는 빈곤 노인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며 경로당이나 복지관 같은 노인시설들이 사실상 문을 닫아 갈 곳을 잃은 탓이다. 이에 더해 서울 곳곳의 무료급식소들도 배식을 중단해 끼니를 때우기마저 어려워지자 노인들은 먼 거리 이동을 감수하며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잇따라 문닫는 무료 급식소

실제로 전국에 16개 급식소를 운영하는 전국천사무료급식소의 경우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자 지난달 말부터 모든 지점의 운영을 무기한 중단했다. 급식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무기한으로 운영을 중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에게 사랑의밥차를 지원하는 경기 지역 5개 자원봉사센터(수원ㆍ화성ㆍ안산ㆍ김포ㆍ하남)도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배식을 멈춘 상태다. 지난 8일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면서 운영을 중단하는 곳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무료급식소엔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총 450여명의 노인이 찾았다. 급식소 총괄 책임자인 자광명 보살은 "이곳을 찾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서울 각지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은 탓에 사람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원각은 매일 아침 무료 식사를 제공한다.


[코로나가 바꾼 세밑] 원정급식 늘어선 발길…배보다 사람이 고프다 지난 26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인근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유리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영업을 임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류태민 기자)


이곳을 찾은 대부분 노인은 "배도 고프지만, 사람도 고파서 왔다"고 말했다. 의정부에서부터 온 정모(76)씨는 "나같이 다리도 불편하고 혼자 사는 노인들은 집에서 밥 한 끼 챙겨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비록 거리는 멀지만 매일 이곳에서 밥도 먹고 동년배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박모(81)씨도 "가족들과 함께 살긴 하지만 매일 집에만 있으면 눈치도 보이고 답답하해서 나왔다"며 "집 근처에 위치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아 이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30분가량 줄을 서서 주먹밥이나 도시락을 건네받은 노인들은 볕이 잘 드는 길 위에서 이를 먹거나 가방에 넣은 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며 무료급식소 실내 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무료급식소들은 주먹밥을 만들거나 도시락을 주문해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배식을 받은 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른 곳에 위치한 무료급식소로 발길을 옮겼다. 실제로 이날 배식을 받은 노인 중 대부분이 종로에서 아침ㆍ점심 식사를 마친 후 오후에는 성남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안나의집'으로 이동해 저녁을 때우는 게 하루 일과라고 말했다.


후원도 절반으로 줄어

이처럼 무료급식소들이 먹여 살려야 하는 이들은 늘었지만 반대로 후원은 줄어드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이나 개인들의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져 후원금 액수가 크게 감소했다. 자광명 보살은 "무료급식소에 대한 후원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음식을 포장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등 필요한 일손은 늘어 어려움은 배가 됐다.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며 외출을 삼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들 무료급식소와 길가를 배회하는 노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도 큰 고충이다. 실제로 이날 급식소 관계자들이 급식소 앞에 모인 노인들의 안전거리 유지와 소독을 도왔지만 모든 인원을 완전히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배식할 도시락이 나오자 줄을 서 있던 노인들이 앞사람과 밀착하며 간격이 좁혀졌다. 관계자들이 서로 간격을 유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마스크를 턱 아래까지 내리고 있거나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일부 노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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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랜 시간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온 관계자들은 길가를 배회하는 노인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무료급식소의 강소윤 총무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걱정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누군가는 이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챙겨야 하지 않겠냐"며 "급식소들도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노인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나쁘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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