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예년보다 한 달 늦은 지난주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시에 치러졌다. 수험생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 목숨을 걸고 수능시험을 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시대에 과연 대학 입시를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야 할까.
2016년 3월 구글이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1로 꺾으면서 우리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AI가 체스 게임이나 퀴즈 대결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소식은 그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바둑은 선택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 AI가 프로 바둑기사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년 전 바둑 대결에서는 그래도 이세돌 9단이 한 판은 이겼는데 그 후 알파고는 알파고 제로로 발전했고 이제는 인간이 알파고 제로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일본에서는 AI 로봇을 도쿄대에 입학시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1년 시작돼 2021년까지 AI 로봇을 도쿄대에 합격시키는 것을 목표로 100명 넘는 연구진이 투입됐다. 현재 개발된 수준은 상위 20% 정도의 성적을 받는데 도쿄대에 합격하려면 최상위 수준이어야 한다. 수학과 암기 과목은 현재 최상위권인데 국어와 영어 등 독해가 필요한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딥러닝을 통해 문장 해독 능력이 크게 진전되면서 독해가 필요한 영어와 국어 분야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2021년까지 AI 로봇이 도쿄대에 합격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분명해진 한 가지는 AI와 인간 지능을 가르는 핵심 역량이 바로 '독해력'이라는 사실이다.
독해력을 키우는 것은 AI 시대에 살아갈 현재 젊은이들이 AI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세상은 'AI에 지배당하는 사람'과 'AI를 지배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측한다. AI를 지배하는 사람이 되려면 독해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여기에 더해 창의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시행되는 객관식 5지선다형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것이 AI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수한 수능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이 미래에 무엇을 보장해줄까. 수능시험은 전국의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서열화하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대학 입시를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비싼 비용을 부담하면서 학원 다니기에 몰두하고 있다. 유명한 자산운용사 대표 가운데 한 분은 방송에서 아이의 장래를 위해 학원비를 모두 주식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독해력과 창의력을 키워야 하는데, 현재 시행되는 수능시험 방법으로 과연 가능할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냥 그대로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인류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혁명이다.
대학 입시 방법도 혁명적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정답을 맞히는 게임으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전제돼야 한다.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능시험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각 대학교가 알아서 특성을 가지고 다양한 입학 기준과 방법을 정해 독자적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폭풍우가 휘몰아치며 오고 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대학 입시 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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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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