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료 음원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 35%…세계 1위
2006년 설립, 불법 다운로드 대안으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고안
2011년 美 진출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CEO 견제 받기도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전세계 92개국 진출, 서비스 이용자 3억명, 시가총액 620억달러(약 67조원).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설립 후 14년 만에 이뤄낸 기록이다. 지난 2006년 다니엘 에크 CEO가 스웨덴 스톡홀름 한 아파트에서 창업한 이 기업은 당시 디지털 음반 시장을 거머쥐고 있던 애플, 아마존 등 쟁쟁한 경쟁자를 밀어내고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 뿐만 아니라 당시 침체기를 겪고 있던 음반 제작사와 아티스트들에게 안정적인 수익 창출 모델을 제공,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침체 겪는 음반시장 대안으로 시작한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는 지난 2006년 에크 최고경영자(CEO)와 마르틴 로렌손이 스톡홀름 외곽 한 임대아파트에서 공동 창업한 IT 스타트업이다. 당시 에크 CEO는 이미 광고 판매 스타트업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억만장자가 돼 있었다.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를 거머쥔 에크 CEO는 침체된 음반 시장을 살릴 계획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시 음반 시장은 '냅스터' 등 불법 음원 공유 사이트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불법 복제된 음원의 공유 사이트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다 보니, 음반 제작사와 아티스트들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에크 CEO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무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고, 로렌손과 함께 '스포티파이'를 설립했다.
◆무료 음원 사업 개시…애플에 견제 받기도
2006년 설립된 후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스포티파이는 기본적으로 무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누구나 스포티파이에 가입한 뒤, 플랫폼 내에 등록된 약 4000만개에 달하는 음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스포티파이는 음원 재생 중간에 광고를 삽입한다. 또 무료 이용자는 스포티파이 플랫폼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음원을 골라 들을 수 없다. 이른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간 광고를 없애고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려면, 스포티파이에 월 12달러(약 1만3000원)를 지불하고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스포티파이는 광고·프리미엄 회원제를 통해 얻은 수익 중 무려 70%를 플랫폼 내 음원을 등록한 아티스트, 음반 제작사 등에게 지불한다. 나머지 30%는 플랫폼 유지 및 관리, 서비스 개발 등에 재투자한다.
스포티파이의 '무료 음원 정책'이 처음부터 각광받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4년 동안 만년 적자를 내는 기업이었다. 분기 기준으로도 흑자를 낸 적은 세 번 뿐이다. 지난해 3분기 5400만유로(약 7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벌어들이는 수익의 70%를 음반 제작자들에게 돌려주다보니 적자폭을 줄이기 힘든 탓이다.
애플 등 기존 음반 사업자들이 스포티파이를 견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스웨덴 경제지 기자 스벤 칼손과 요나스 레이욘휘부드가 에크 CEO 및 스포티파이 관계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종합해 지난달 출간한 저서 '스포티파이 플레이'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지난 2011년 스포티파이의 미국 진출을 막기 위해 유니버설 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저작권 합의를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저서에 따르면 잡스 전 CEO는 유니버설 뮤직이 스포티파이와 저작권 합의를 할 경우 자금을 조일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가 하면, 에크 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기술 투자·서비스 개인화 통해 세계 1위 음반 플랫폼 달성
이 같은 수익 모델의 한계, 경쟁사들의 견제 등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가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스포티파이는 기술 투자를 통해 플랫폼 운영 비용을 줄이는 한편, 서비스의 '이용자 개인화'에 주력했다.
에크 CEO와 함께 스포티파이를 창업한 로렌손은 개인 간 거래(P2P) 기술을 통해 어떤 곡이든 0.2초 만에 버퍼링 없이 플레이하는 기술을 완성했고, 해당 기술을 꾸준히 개량해 비용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스포티파이는 빅데이터를 이용,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디스커버 위클리',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러닝 중일 때 빠른 템포의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스포티파이 러닝' 등 개인화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 결과 스포티파이는 올해 7월 기준 약 3억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1억3800만명은 유료 구독자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유료 음원 스트리밍 시장 가운데 스포티파이는 3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위인 애플뮤직(21%)보다 14%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는 침체기를 겪었던 음반산업 시장의 회복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IFPI에 따르면, 세계 음반산업 규모는 지난 2015년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202억달러(약 22조원)로 집계됐다.
음반산업이 다시 회복세로 들어선 이유는 음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음원 시장이 급격히 팽창했기 때문이다. IFPI 자료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난 2009년부터 1년 후인 지난해까지 28배 이상 성장했으며, 지난해 기준 전체 음악산업에서 56.4%의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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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를 포함한 스트리밍 플랫폼이 음반 제작사 아티스트들에게 대안적 수익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음반 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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