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10개월간 공전했던 항공산업 구조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대형항공사 간 합병이란 '빅 딜'로 촉발된 구조재편이 7개사가 난립한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으로도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14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운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산 국제선 순위는 여객 10위(3345만7000명)로, 화물 3위(222만9000t)에 이른다. 글로벌 항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는 셈이다.
지난 1988년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경쟁하는 '양대 민항' 체제가 자리잡아 왔지만, 업계에선 우리 인구 및 경제규모를 고려 할 때 단수 대형항공사 체제가 적합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장거리에선 대한항공과 경쟁하고, 중·단거리 국제선에서 저비용을 무기로 내세운 LCC와 경쟁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샌드위치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번 빅 딜이 성공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코로나19로 업계 유일의 수익원이 된 항공화물 부문은 세계 3위 규모의 공급량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여객 부문에서도 노선·슬롯 조정이 성사된다면 코로나19 이후 수익성 극대화도 노림직 하다는 것이다.
국적항공사 한 고위관계자는 "양사의 장거리 노선망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현재는 시간대나 기재까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이득이 크지 않다"면서 "인수 후 시간대 조정 등을 거치면 내국인 송출수요는 물론 동남아시아 및 인접국의 환승수요도 노릴 수 있어 득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빅 딜이 성사될 경우 LCC 7개사 체제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진계열(대한항공, 진에어)과 금호계열(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항공사의 국제선 합산 점유율은 73.1%에 달하는데, 이 경우 독과점 논란이 커질 수 있는 까닭이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에어서울은 보유기재 수(7대)나 노선망을 고려했을 때 통합가능성이 높아보인단 평가다. 에어부산의 경우 재매각 대상으로 꾸준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양대 계열 외 다른 LCC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에 실패한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시도 중이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가장 마지막으로 시장에 진입한 플라이강원도 직원 휴직 등을 단행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다. 이밖에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도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유상증자를 단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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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그간 국내 항공산업은 성장일변도로 2010년대 이후론 과잉투자 상황에 내몰렸다"면서 "구조개편이 수월하게 이뤄져 대형항공사 1곳, LCC 2~3곳으로 정리가 된다면 우리 항공시장도 성숙한 단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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