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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시달리다 끝내 목숨 끊은 간호사 산재 인정...태움 근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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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40% "'태움' 경험"
태움 배경에는 열악한 근무환경도
전문가 "간호사 내부 자정 노력과 병원 경영진 인식 개선 필요"

'태움' 시달리다 끝내 목숨 끊은 간호사 산재 인정...태움 근절될까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병원 내 악습인 '태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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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태움'으로 불리는 의료계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의 죽음이 업무상재해로 인정된 가운데, 간호사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9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서 간호사의 사망과 업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위원회가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서 간호사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에 따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


앞서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지난해 1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이 배경에 '태움'으로 불리는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간호사의 유족과 노조의 추천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조사위의 조사에 따르면, 서 간호사는 2015년 7월~2018년 12월16일까지 업무강도가 가장 높은 팀에서 순환배치 없이 근무해 왔다. 서 간호사의 2018년 연간 총 근무일은 217일로 동기 19명의 평균(212일)보다 많았고, 야간 근무일 또한 83일로 동기들(76일)보다 많았다.


이에 서 간호사는 잦은 근무표 변경과 불합리한 근무 일정, 야간근무 문제로 부서이동이나 사직을 호소해왔다. 또한, 지인에게 야간근무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대책위는 일부 직원이 고인에게 모욕적 언행을 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서 간호사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가족들에게 "무서운 분위기 때문에 일을 못 하겠다", "너무나 외롭고 서럽다", "커피 타다가 혼났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유서에는 "병원 사람들의 조문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의료계 내에서 문제가 되는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과도한 인격 모독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간호사 이직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태움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박선욱 간호사도 '태움'에 시달리다 지난 2018년 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 간호사는 사망 전 자신의 핸드폰 메모장에 "업무에 대한 압박감, 프리셉터 선생님의 눈초리,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한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하루 3, 4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되지 않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태움' 시달리다 끝내 목숨 끊은 간호사 산재 인정...태움 근절될까 지난해 2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고(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 인정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연 두 간호사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더이상 간호사를 죽이지 말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2018년 간호사 7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흔한 태움 유형은 △고함과 폭언(62.7%)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 퍼뜨리기(47%) △비웃음거리로 삼기(44.5%·중복응답) 등이 꼽혔다.


특히 응답 간호사의 40.9%가 태움을 경험했으며, 괴롭힘의 주체는 선배 간호사 및 프리셉터(지도 간호사)가 30.2%, 동료 간호사 27.1%, 간호부서장 13.3%, 의사 8.3%로 조사됐다.


이같은 태움 문화의 배경에는 열악한 근무환경도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의 근무조별 1인당 환자 수는 16.3명으로 나타났다. 유럽 12개국 및 미국 평균인 8.8명의 2배에 달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움 문화' 방지를 위해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처벌규정이 없고, 가해 사건에 대한 신고 접수와 조사 주체가 같은 직장 내 사용자로 되어있어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사실상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장내괴롭힘 간호사 태움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자신을 현직 간호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태움, 정말 아직도 변화가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해도 병원에서는 시정조치밖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노동부까지 가서 신고를 해도 시정조치뿐인 법이라면 분명히 바꿔야 한다"며 "태움으로 인해 더 이상 간호사가 죽거나 사직서를 내는 등 고통받지 않도록 도와달라"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는 간호사 내부 자정 노력뿐 아니라 병원 경영진의 인식 개선을 통해 태움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비체계적이고 부족한 신입 간호사 교육, 과중한 업무 압력 등이 괴롭힘으로 작용했다"라면서 "신규 간호사들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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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문의는 "간호사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함께 간호사의 업무상 자살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는 간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상 원인에 따른 자살의 규모를 제대로 추정·조사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원인'에 주목하는 자살 예방 정책 수립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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