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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통화승수 하락속도, 美·유럽의 5배…경제활력 빠르게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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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통화승수 25.4, 약 15년새 반토막
통화유통속도도 역대 최저

돈 쌓아두고 부동산 등에만 올인
갈수록 경제 활력 떨어져
중앙은행 돈풀기로는 한계

본원통화 5만원권 발행 급증
현금보유 성향도 더 강해져

韓통화승수 하락속도, 美·유럽의 5배…경제활력 빠르게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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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의 통화승수 하락 속도가 미국ㆍ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5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까지 겪으면서 경제주체들이 돈을 쓰거나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특히 장기간 돈이 묶일 수밖에 없는 부동산에 '올인'하는 성향이 크다는 점도 관련이 있다. 이런 현상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풀어야 할 돈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의 경우 똑같은 위기에 대응하더라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풀어야 할 돈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중앙은행의 돈 풀기로는 경기 회복에 한계가 있고, 특정 계층이나 분야를 타깃으로 삼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통화승수 2006년 대비 절반으로 '뚝'

2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데이터스트림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데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의 통화승수는 24.5로 2006년 6월(54.0) 대비 29.4포인트나 떨어졌다. 2006년에만 해도 한국의 통화승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3~7배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높았지만 약 15년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통화승수는 8.4에서 3.5, 독일은 7.9에서 3.1로 하락 폭이 4.8포인트 수준에 그쳤다. 중국의 통화승수는 13.8에서 26.9로 오히려 2배가량 올랐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했을 때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시중에서 도는 통화량(M2ㆍ광의통화)을 본원통화로 나눠 계산한다. 예정처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기 위해 M2와 본원통화를 국제 기준에 맞춰 데이터스트림에서 가공한 수치를 사용해 계산했다. 한은 자료로 집계한 통화승수는 지난 6월 14.8로 더 낮게 나타난다.


일정 기간 단위 통화가 거래에 사용된 횟수를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통화유통속도는 0.62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유통속도는 2002년에만 해도 1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금융 위기 당시 0.90 선이 깨지고 2012년 들어 0.80 선도 무너진 뒤 지난해 0.60대에 진입했다.


사실 본원통화 공급 규모가 크고, 현금 보유 성향이 큰 선진국들의 통화승수 절대값은 이미 한국보다는 낮다. 미국의 통화승수는 금융위기 직전 9~10 수준이다가 위기 이후 3~4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10.3), 독일(3.1) 등의 통화승수 절대값도 낮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절대값 자체를 비교하며 선진국이 우리보다 통화승수가 낮기 때문에 한국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얘기한다. 김윤희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각 국가의 현금 보유 성향과 지급 준비율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며 "증감 추세를 통해 본원통화의 신용창조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분석관은 "(통화승수 하락은) 갈수록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며 "금리가 낮다 보니 현금이나 금 등으로 보유하는 성향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5만원권 발행도 영향… 한은 "통화승수는 참고지표일뿐"

한국의 통화승수 하락 속도가 급격한 또 다른 이유로는 2009년부터 시작된 5만원권 발행이 꼽힌다. 통화승수 공식(M2/본원통화) 중 분모에 해당하는 본원통화가 5만원권 발행으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이 시작된 후 경제주체들의 현금 보유 성향이 강화됐고, 본원통화 증가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면서 통화승수가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5만원권이 없었을 때엔 3만원, 4만원만 보유할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5만원짜리로 보유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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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최근 한은 내에선 통화승수 하락에 대해 파악하고는 있지만, 통화정책을 할 때 직접적으로 보는 지표로는 쓰지 않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본원통화(분모)를 늘리는 것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통화승수가 하락한다고 해서 돈 풀기를 중단할 수도 없다. 한은 관계자는 "결국 타깃지원이 가능한 재정정책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가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길어지면 중앙은행의 역할 자체가 축소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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