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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의 ‘무늬만 신속획득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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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의 ‘무늬만 신속획득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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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최근 글로벌 방위산업에서의 화두는 단연 ’속도(velocity)’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도 앞다퉈 무기 신속획득시스템 준비에 혈안이다.


미국이 가장 앞서 이를 주도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미 국방부는 신속획득법령(OTA:Other Transactional Authority) 개정과 신속획득절차(MTA: Middle Tier Acquisition)를 도입했다. 미 육군도 2018년 소요제기부터 시험평가까지 기존 8개 부서/기관들을 한데 모아 미래사령부(AFC: Army Future Command)를 신설하여 평균 5년 걸리던 소요제기 기간을 1년 이내로 줄였다. 최근 미군이 선보인 미사일 잡는 마하 5의 극초음속 포탄(HPV) 개발도 그 산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인공지능(AI)과 군집드론을 탑재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부터 드론 결합 장갑차, 극초음속 유도무기 등 21세기 게임체인저(Game Changer)의 발빠른 개발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미국을 벤치마킹한 영국의 합참 혁신 허브(JSF Innovation Hub)와 국방혁신센터(IRIS) 신설, 프랑스의 국방혁신국(Defense Innovation Agency) 신설과 개방형 국방혁신예산(1.5조원) 편성 등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아울러, 이스라엘, 호주, 싱가폴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국들은 21세기 새로운 전장 환경에 대비하여 기존 장기간, 고비용의 전통적 무기획득제도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년부터 ‘신속시범획득사업’을 신설, 방위사업청 주도로 30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대비 국내 국방혁신역량은 미흡한 실정이다. 산업연구원의 방위산업 생태계 대응역량 평가(2019) 결과, 혁신성(11개 지표) 수준은 선진국(미국=100)의 6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신속획득제도 도입 수준은 같은 기준 57%에 머물러 있다.


주된 이유는 선진국들이 무기획득시스템을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총체적으로 혁신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기존 제도(PPBEES)의 연장선 상에서 일부 신규 사업의 추가, 보완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고려한 진화적 개발방식 도입 미흡, 신규사업과 별반 차이없이 장기간(5~10년) 소요되는 성능개량 사업, 성과가 미미한 기존 신개념기술시범시업(ACTD)과 별 차이 없는 신속시범획득사업등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제도 개선은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푸념이다.


실제로, 금년 도입된 신속시범획득사업의 경우 지난 7월 해안경계용 드론 등 4종의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조만간 군 시범운용을 앞두고 있다. 방사청 지침 마련과 조직(신속획득사업팀) 신설 등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는 다르게 소규모(300억원) 시범사업 수준이라는 점, 연구개발(R&D)이 아닌 구매사업에 한정된다는 점, 시제품의 군 시범적용이 전력화 여부를 판단하는 군 시험평가와는 별개라는 점, 시범사업 성공 이후 후속양산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기존 획득절차에 따라 중기 또는 긴급소요 반영을 검토할 뿐이라는 점 등에서 크게 대비된다. 반면, 미국은 신속연구개발(rapid research)부터 신속시제품 개발(rapid prototyping), 신속전력화/성능개량(rapid fielding)의 전 주기를 포함한다. 더 나아가, 신속시제품 개발에 참여한 기업이 경쟁방식(competitive)으로 선정되고 해당사업이 성공(successfully completed)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후속양산사업이 가능하다.


종합해 보면, 기존 무기획득(PPBEES) 시스템의 연장선 상에서 일부 신규사업을 신설하는 소위 ‘무늬만 신속획득’ 수준의 노력으로는 변화무쌍한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과 주요국의 까다로운 무기구매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 방위산업이 기존의 추격형 산업(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선도형(first mover) 산업으로의 전환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의 과감한 혁신 노력을 본보기로 삼아 우리나라에 맞는 ‘무기신속획득시스템’ 구축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선진국 수준으로 무기 신속획득을 위한 법령 제정과 신속획득절차 정립, 관련조직 신설과 예산 반영,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선진국 법령(OTA)을 벤치마킹하여 현행 방사청 예규 수준에서 방위사업법 개정 또는 별도의 ‘무기신속획득법(가칭)’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행 별도 시범사업 수준에서 기존 무기획득절차(PPBEES) 내 신속획득절차를 반영함으로써 전 주기 차원에서 적용이 가능토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속획득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는 조직 신설과 예산 지원을 위한 ‘무기신속획득 지원기금(가칭)’ 신설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범사업 참여기업이 일정기준 충족시 후속양산사업에 대한 우선권을 보장케 함으로써 신속한 군 전력화/성능개량이 가능토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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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2015~19)간 우리나라 방산수출은 무려 143% 급증하며 역대 최초로 10위에 오르는 성과를 보였다. 앞으로 수년간 국방혁신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글로벌 Big 7 진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향후 선진국 수준의 ‘무기신속획득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함으로써 21세기 ‘뉴 디펜스(New Defense)’ 시대를 준비함과 아울러, 진정한 ‘선도형 방위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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