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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허무맹랑 SF영화 작가들이 과학을 전공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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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코볼트 '장르 작가를 위한 과학 가이드'

[이종길의 가을귀]허무맹랑 SF영화 작가들이 과학을 전공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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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길잡이…드라마 '다크 매터' 폐기물 관리 대표적 예로 지적

비효율 미래 소각로 제대로 설계했다면, 주인공 치명적 위험에 빠지는 일 없어


다음 달 개봉하는 '승리호'는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SF영화다. 배경은 2092년. 지구는 산소마스크와 고글 없인 살 수 없을 만큼 황폐해진다. 우주개발기업 UTS는 위성 궤도에 보금자리를 조성하고 인류의 5%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한다. 나머지는 지구에서 연명하거나 태호(송중기), 장선장(김태리)처럼 우주노동자로 일한다. 쓰레기 청소선을 타고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이나 유실된 우주정을 수거한다.


조성희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고증보다 상상력에 바탕을 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그렸다"고 말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 아닌지 의심케 했다. SF영화가 사실적으로 보이려면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지식이 깔려있어야 한다. 현재의 첨단 기술 등 기술적인 부분을 설득력 있게 묘사해야 이야기의 힘이 배가될 수 있다.


[이종길의 가을귀]허무맹랑 SF영화 작가들이 과학을 전공했다면… 영화 '승리호' 스틸 컷


과학적 사실을 꼼꼼하게 점검한 영화는 할리우드에도 많지 않다. 우주 쓰레기만 해도 폐기물 관리에 관한 고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달라진 사회를 가리키는 세부 요소로 다뤄질 뿐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속 쓰레기 압축 분쇄기가 대표적인 예다. 한 솔로(해리슨 포드)가 운전하는 밀레니엄 팔콘은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버린 쓰레기 속에 정체를 숨기기도 한다.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 같은 폐쇄형 시스템에서 그 정도 분량의 물질을 우주에 버리기란 불가능하다. 물질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 속 U.S.S 엔터프라이즈호에 설치된 폐기물 배출 장치도 엉터리 설정이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선내에서 재활용하거나 행성 기지로 돌아와 재활용할 수 있도록 보관해야 한다. 왕복선에 실어 쉽게 지구로 돌려보낼 수 있다. 그런데도 궤도에 배출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이종길의 가을귀]허무맹랑 SF영화 작가들이 과학을 전공했다면… 영화 '월-E' 스틸 컷


무리한 설정은 폐기물 수거 로봇이 주인공인 '월-E(2008)'에도 난무한다. 우주선이 700년 이상 인류의 유일한 집이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쓰레기를 우주에 버릴 수 있었을까. 우주에 버려진 물질의 양은 10년만 흘러도 우주선 무게와 비슷할 것이다.


'장르 작가를 위한 과학 가이드'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들이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길잡이다. 유전학자이자 SF소설 작가인 댄 코볼트가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분야별로 정리했다. 전문 지식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서 다룰 수 있는 관련 주제로 무엇이 있는지 알려준다. 다양한 예를 제시하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안내한다.


폐기물 관리에서는 2015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캐나다 드라마 '다크 매터'를 잘못된 예로 거론한다.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이야기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폐기물 처리 부서에서 노역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고 나머지는 소각로로 보낸다.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 수작업으로 분류된다. '장르 작가를 위한 과학 가이드'는 "상당히 구식인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남은 쓰레기를 카트에 실어 대형 소각실로 보낸다. 이것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비효율적이다. 그 다음에는 당연히 누군가가 문을 닫고 이들을 가둔 다음 소각로를 가동한다. 누가 이런 시스템을 설계했지? 설계할 때 위험과 조작성에 관한 연구는 하지 않았나? 어떤 미친 인간이 오퍼레이터가 사망할 가능성이 큰 시스템을 설계했지?"


[이종길의 가을귀]허무맹랑 SF영화 작가들이 과학을 전공했다면… 드라마 '다크 매터' 스틸 컷


오퍼레이터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게 설계된 폐기물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시스템에는 안전장치가 있다. 보일러도 다르지 않다. 안전밸브만 열면 안전하게 환기할 수 있다. 작동하지 않아도 파열판이 압력을 낮추고 증기를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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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매터'에서처럼 미래 소각로를 안일하게 설계하고 주인공을 치명적인 위험에 던져 넣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작가가 설계자였다면 이런 시스템이 나올 수 있었을까. 주인공을 위협할 수 있는 그럴듯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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