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수익성 악화
상반기 76종 단종…지난해 절반 육박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 주부 김지은(35)씨는 최근 잘 쓰고 있던 '이마트 KB국민카드' 단종 소식을 듣고 한숨이 나왔다. 이 카드는 다른 KB국민카드 실적과 연회비를 공유하는 소위 '굴비카드'로 혜택이 쏠쏠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카드혜택을 받기 위한 전월실적은 다른 카드로 채우고 이마트 KB국민카드로는 이마트, 학원비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아왔다. 그는 "작년부터 가지고 있던 혜택 좋은 카드 몇 개가 줄줄이 없어졌다"면서 "최근 새로 나온 카드 중에서는 예전만큼 매력적인 서비스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기존 카드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비교적 혜택이 우수한 알짜카드들부터 줄줄이 단종되면서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다른 카드 실적과 연회비를 공유하는 굴비카드로 인기가 높았던 '이마트 KB국민카드'가 오는 31일 신규발급이 중단된다. 롯데카드의 '라이킷펀'도 다음달 1일부터 단종될 예정이다. 라이킷펀의 경우 낮은 연회비에 커피·대중교통 할인 등이 쏠쏠해 국내 최대 신용카드 전문사이트 카드고릴라가 선정한 인기카드에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1위에 선정될 만큼 선호도가 높은 카드였다.
지난달에는 특정가맹점과 협약을 맺고 할인이나 캐시백 등을 제공하는 제휴카드들이 줄줄이 사라졌다. 신한카드는 '2030' 3종, '빅플러스' 9종을 비롯해 총 28종에 대한 카드 신규발급을 중단했고, 우리카드 역시 카드의 정석 다이렉트 3종(다이렉트, 디스카운트, SSO3 체크)을 비롯해 자유로운 여행카드 2종, 온리(ONLY) 나만의 카드, 우리V철도마일리지카드 등 총 13종의 단종을 결정했다.
올 상반기 단종 신용카드 76종
이미 올 상반기 단종된 신용카드 수는 지난해 단종된 수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 중 상당수는 소비자 혜택이 높은 알짜카드로 꼽히던 것들이다. 주유할 때는 물론 3대 대형할인점과 6대 인터넷쇼핑몰에서 쇼핑 시 적립혜택이 쏠쏠하던 'KB국민 탄탄대로 비즈 티타늄 카드'나 전월 실적에 상관없이 모든 해외 이용금액에 1.2% 결제일 할인을 제공하던 롯데카드 '아임욜로(I'm YOLO)' 등이 대표적이다.
단종카드는 2017년부터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단종카드 수는 2017년 73종, 2018년 82종에서 지난해 160종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7월6일 기준)에는 총 76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단종카드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올해부터 카드사가 수익성 분석을 통해 향후 5년 간 흑자를 낼 수 있는 상품만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 고비용의 혜택이 많은 카드를 출시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 같은 신용카드 단종에는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카드사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7개 전업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9905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402억원)보다 13.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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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비용절감에 나선 카드사로서는 앞으로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품을 단종시킬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자들의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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