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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참혹한 전장 죽음의 문턱 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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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女종군기자 린지 아다리오 에세이 국내 번역 출간

[기자의 독서] 참혹한 전장 죽음의 문턱 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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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11년 3월 리비아에서 뉴욕타임스 기자 네 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리비아 군대에 감금돼 있다 5일 만에 풀려났다. 네 명 중 세 명은 남성이었다. 나머지 여성 사진기자의 이름은 린지 아다리오.


아다리오가 2015년 출간한 에세이 'It's What I Do: A Photographer's Life of Love and War'가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됐다. 제목은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아다리오는 프롤로그에서 2011년 3월 피랍 당시 상황을 버려진 자신의 끈 풀린 나이키 운동화 사진까지 첨부해 상세히 기술했다. 리비아 군인은 아다리오의 운동화 끈으로 그의 손발을 묶었다.


글은 "더없이 맑고 쾌청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전쟁터 이야기일 텐데 아침 햇살에 대한 감상이라니…. 여성 종군기자의 에세이답게 대범한 시작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곧바로 종군기자가 느낄 법한 두려움에 대한 글이 이어진다. "지난 며칠간 아침에 눈을 뜨면 좀처럼 침대에서 빠져나오기 싫었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겁에 질리는 날도 있다."


위험한 분쟁 지역에서 두려움을 드러내는 일은 종군기자로서 자격이 없는 듯해 꺼려진다. 그래서 "이봐, 이제는 여길 떠야 할 것 같아"라는 동료 기자의 말에 고마움이 느껴진다. 아다리오는 두려움을 느끼는 자가 자기뿐만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하며 "응, 그래야 할 것 같아"라고 답한다.


아다리오는 2000년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20년간 이라크·수단·콩고·레바논 등 여러 분쟁 지역을 누볐다.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국경지대인 와지리스탄을 취재해 2009년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도 수상했다. 유럽 망명을 희망하는 시리아 난민 세 가족과 그들 사이에서 국적 없이 태어난 아기들의 여정을 1년간 함께 하며 만든 다큐멘터리 '집을 찾아서(Finding Home)'로 2018년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기자의 독서] 참혹한 전장 죽음의 문턱 넘는 이유 린지 아다리오가 찍은 사진들 [사진= 문학동네 제공]

20년간 이라크·수단 등 분쟁지역 누벼
일기쓰듯 사소한 감정들도 꼼꼼히 기록
피랍순간·첫 폭탄 경험 등 소설처럼 읽혀
전쟁에 희생되는 여성·민간인 인권 주목
시시콜콜한 연애 이야기 등 일상 담기도

아다리오는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초기 사진기자 경력은 남미에서 쌓았다. 1996년 첫 직장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였다. 아다리오는 2001년 9월11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있다 TV로 테러 소식을 접했다. 그가 뉴욕 '그라운드제로'에 도착한 때는 같은 달 14일이었다. "나는 내 인생 최대의 사건 중 하나가 일어나는 순간을 취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원망했다."


아다리오는 곧장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그는 "만약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서 찍지 않은 것"이라는 전설적인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1913~1954)의 말을 떠올리며 늘 현장 가까이에 있고자 노력했다.


아다리오가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도착한 날은 9월21일. 페샤와르의 숙소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앨리사 반타라는 30대 중반의 미국인 사진기자와 나는 객실이 총 20개밖에 되지 않는 낡은 그린스호텔의 방 하나를 같이 썼다. 나이가 있고 취재비가 넉넉한 기자들은 화려한 펄콘티넨털호텔에 묵었다." 아다리오는 이처럼 일기 쓰듯 순간순간 느껴지는 사소한 감정들을 꼼꼼히 기록했다. 덕분에 꽤 두꺼운 책이지만 쉽게 읽힌다.


때로는 소설처럼 읽힌다. 2011년 피랍 당시처럼 긴박한 순간을 설명할 때다. 생애 처음 폭탄에 대한 공포를 경험했을 때도 그렇다. 2003년 3월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다. "나는 현장에 남아 계속 사진을 찍을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다. 노련한 종군사진기자라면 그 자리에서 잔해, 부상자, 사망자들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당시 나는 어렸다." 당시 아다리오의 옆에 서 있던 카메라 기자가 목숨을 잃었다. 아다리오는 그 대신 자기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전쟁이 죽음을 뜻하며 기자들 역시 전쟁터에서 죽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썼다.


아다리오는 위스콘신매디슨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국제 역학 관계에 대해 특별한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다.


아다리오는 전쟁으로 희생되는 여성과 민간인의 인권에 주목한다. 9·11 테러 이후 파키스탄의 여성들과 대화하면서 이슬람 세계 전역에 퍼진 편견, 그로부터 생긴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를 이해하게 됐다. 그들은 결국 전쟁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다리오는 전쟁 현장의 이야기와 함께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도 기록했다.


그는 딸만 넷인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집은 수영장까지 딸려 있을 정도로 마당이 넓었다. 인자하던 아버지는 아다리오가 8세 때 커밍아웃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이후 어머니, 언니들과 어렵게 생활했다. 아다리오는 13세 때 자주 가지 않던 아버지 집에 들렀다가 니콘 카메라를 선물받았다. 이후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다리오는 자기의 연애 이야기도 시시콜콜하게 기록했다. 남자친구가 아다리오의 노트북으로 메일을 확인한 뒤 로그아웃하지 않아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전쟁 현장을 누비다 갑자기 남자친구가 보고 싶다고 쓴 적도 여러 번이다.


"스카프를 온몸에 두르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던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지 72시간도 되지 않아, 나는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욱스발(남자친구 이름)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여성 종군기자가 유별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 인간은 왜 평범한 삶을 파괴하는 전쟁을 하는지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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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린지 아다리오 지음/구계원 옮김/문학동네/1만98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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