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카페 내 방역수칙 강화'
시민들 "음료 먹다 마스크 쓰고…많이 불편하다"
카페 직원 "손님들에게 강조할 수 없는 부분"
전문가 "마스크 벗고도 안전할 수 있는 지침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솔직히 조금 현실성이 없는 것 같아요." , "많이 불편한 게 사실이죠."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은 카페 내 방역수칙을 더 강화했다.
보완된 방역수칙에 따르면 카페 이용자들은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때 외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대화를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시민들은 카페 이용 특성상 이 같은 규칙을 제대로 지킬 수 없을 것 같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음료를 마실 때는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할 때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강화한 방역수칙이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7일 카페 관련 집단감염 사례 발생과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카페 내 감염 전파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기존 방역수칙을 보완·추가해 6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역수칙에 따르면 카페 이용자는 카페 입장, 주문 대기, 이동·대화 시 등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곤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혼잡한 시간대 이용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방문하게 될 경우에는 포장을 하거나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외에도 카페 이용 시에는 다른 이용객과 인접한 탁자 이용 자제, 지그재그로 앉거나 한 방향을 바라보며 앉기, 야외 탁자 등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강화한 방역수칙을 카페 이용자들이 제대로 지키느냐 여부다. 10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카페에서는 보완된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손님들이 자주 보였다.
방역 당국에서 강조한 테이블 간격 띄우기, 카페 내에서 거리 두고 앉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외에는 주문대 앞에 거리두기를 안내하는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았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음식물 섭취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방역 당국 지침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카페 직원과 관리자들은 방역 지침을 알고 있지만, 손님들에게 강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난색을 보였다.
직장인 A(30 ·여)씨는 "음료를 마시러 카페에 오는 거지만, 휴식시간도 필요하다"며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사실상 대화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음료만 마시라고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침 같다"고 지적했다.
A 씨는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람이 많을 땐 어쩔 수 없다. 대부분 직장인이 출근이나 점심시간에 카페를 이용하다 보니까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라며 "또 직원들이 서서 손님들을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대화하는 건지 음료를 마시는 건지 구별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카페 직원 B씨는 "최근 카페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후로는 직원들이 더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손님들이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특히 점심시간처럼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많은 테이블이 한꺼번에 찬다"며 "주문 대기선부터 인파가 몰리는데 현실적으로 거리 두기를 강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방역지침이 강화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20대 직장인 C씨는 "요즘은 어디를 가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그 정도만 알고 있었지 음식점이나 카페에만 해당하는 방역수칙이 따로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D씨는 "권고 사항이라고 해도 알고 있으면 지키려고 노력을 할 텐데 이 같은 수칙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안내 포스터라도 붙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전문가는 카페, 식당 등 집단 감염 우려가 있는 장소에 대한 명확한 방역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카페, 식당 등 시설에서의 방역지침을 정해 규제하는 방향으로 감염 예방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방역지침 중에는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식물을 섭취하는 시설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시설 특성상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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