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기준 완화 후 5년간 10배 급증
10곳 중 7곳 적자 상태
수익성 악화에 부실운용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A자산운용사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펀드 설정이 무산됐다. 지난해 순손실이 9억원대에 달한 데 이어 엎친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A운용사 자본총계는 지난해 6월 말 7억7800만원대에서 올해 3월 말 4억5500만원으로 줄었다. H자산운용은 2015년 설립 이후 10~11명 수준을 유지해오던 임직원 수를 최근 8명으로 줄였다. 최소 전문 운용인력 기준(3명 이상)은 넘지만, 자본총계는 지난 3월 말 3600만원에 불과했다. 작년 12월말(3억1100만원)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자기자본 7억원 미만인 이들 자산운용사들은 내년에 금융당국이 도입하는 퇴출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적자를 내는 것은 물론 자본금까지 까먹어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린 자산운용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2015년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 설립 기준을 완화한 이후 5년간 자산운용사 수가 3배로 늘었지만, 이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같은 기간 10배나 많아졌지만, 10개 중 7개는 적자 상태다.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부실 운용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더욱 커져 제2의 라임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자산운용사 수와 임직원 수를 조사한 결과, 2010년 80개에 불과했던 자산운용사는 올 3월말 300개로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4373명에서 984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 1분기에만 302명이 증가해 올해 말에는 자산운용사 임직원 수는 1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자산운용사는 최근 5년 사이 급증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자산운용사는 18개 증가하는 데에 그쳤지만, 2015년 이후에는 매년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작년 한 해에만 51개의 신규 자산운용사가 생겼고 올 들어 1분기에 8개가 더 늘었다. 증가폭으로 보면 2010~2015년까지 18개 늘었는데 2016~2019년에는 194개로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임직원 수 역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1000명 남짓 늘었지만, 2016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증가한 임직원 수는 4200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2015년 이후에 자산운용사가 급증한 것은 기존 인가제였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PEF) 설립요건을 등록제로 바꾼 영향이 컸다. 올해 3월 말 공모운용사는 75개사, 전문사모운용사는 225개사에 달했다. 올해 증가한 8개 자산운용사 모두 사모운용사다. 2015년 사모운용사가 20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몸집만 불어난 사모운용사의 실적은 처참하다. 사모운용사 225개사 중 158개사(70.2%)가 올해 1분기에 적자를 냈다. 이는 작년 적자회사비율 41%(217개사 중 89개사)보다도 29.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전문사모업 유지 최소 기준인 자기자본 7억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운용사도 7곳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내년에 기준 미달 운용사를 즉시 퇴출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이들 부실 운용사들이 가장 먼저 폐업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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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의 위험관리 조직 및 체계, 내부통제에 관한 요건 등을 재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운용업계 내에서도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규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체적인 위험관리 조직 및 체계, 내부통제 기준 등을 재정비해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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