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경남 등 훼손 고양이 사체 잇따라 발견
시민들 "인간이 제일 나빠", "처벌 강화 필요" 분통
동물보호단체 "우리나라 동물학대 관대...공존 대상임을 인식해야"
전문가 "동물학대 행위,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길고양이를 상대로 한 끔찍한 학대 범죄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머리와 다리 등이 잘린 고양이 사체가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도 서울서 길고양이가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동물 학대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동물 학대 범죄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 각지에서 잔혹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7분께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누군가가 훼손된 새끼 길고양이 사체를 버리고 갔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발견 당시 새끼로 추정되는 고양이 사체는 머리와 오른쪽 앞발 등이 잘려져 있는 등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잔인한 범죄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에서도 상가와 주차장 등에서 잔혹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연달아 발견됐다.
마포구 서교동의 한 상가에서 일어난 고양이 살해 사건을 제보받은 카라 측은 "절단된 면의 피부가 예리한 도구로 잘려져 있었다"며 "혈액이 닦여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고의로 고양이를 죽이고 사체를 누구든 볼 수 있는 곳에 던져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3일 경남 창원 한 주택가에서도 훼손된 새끼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건 역시 주택가 인근에서 잘린 새끼고양이 앞다리, 뒷다리 등이 차례로 발견됐다. 창원길고양이보호협회는 "누군가 가위를 이용해 고의로 고양이 다리를 자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이들 사건은 사람이 도구를 이용해 고양이 발을 절단한 것으로 보고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시민은 "어떻게 이런 잔인한 수법을 쓰는지 인간이 제일 나쁘다. 강력히 처벌하라", "처벌이 약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 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했음에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점이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실제 유의미한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 학대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는 2014년 262명에서 2018년 592명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검찰 기소 512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잔인한 동물 학대는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잘 알려진 연쇄살인범의 경우 동물 학대를 시작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근거에서다.
실제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연구 결과, 살인범의 45%, 가정 폭력범의 36%, 아동 성추행범의 30%가 동물 학대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범죄자의 30%, 아동성추행의 30%, 가정폭력의 36%, 살인범의 46%에서 동물학대의 흔적을 발견했다.
전문가들 역시 동물 학대 행위가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생명에 대한 이해와 배려 등의 의식이 아직 낮은 수준이다. 길고양이는 함께 공존하고 살아가야 할 이웃임에도 이에 대한 교육, 홍보는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현재 동물학대범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법이 있음에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동물 학대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호순, 유영철 등 살인범의 경우에도 처음은 동물 학대로 시작했다. 외국에서 동물 학대를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보는 이유는 동물을 상대로 범죄를 학습한 후 인간을 상대로 한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면서 "사법당국에서 동물 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양이 사체 훼손 등의 사례는 고양이들을 돌보는 이른바 '캣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고양이를 절단하는 행위는 보통사람들의 경우보다 잔인성, 가학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사람"이라면서 "동물에 대한 공격은 약한 상대를 특정 하는 것이다. 특히 고양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잔혹하게 훼손하는 사건은 고양이를 통해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분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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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이코패스의 3대 전조 증상에 '동물 학대'가 포함된다. 이 행위가 반드시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가 되는 지점"이라며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제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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