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국회에 머무르던 '데이터3법'이 지난 1월9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에 대한 규율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이들을 통칭해 '데이터 3법'으로 부르는 것은 개인정보를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하나의 재료로 본다는 뜻이다. 이번 법 개정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중복 규제를 없애고 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가명정보의 경우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가명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처리하고 이용될 수 있다.
이번 법 통과와 함께 본격적인 데이터 경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와 주요 항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데이터 활용의 물꼬를 트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데이터 3법은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시행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할 경우 법을 집행하는 담당 부처는 물론 개인과 기업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치열한 논의 과정은 피로하고 상처를 남길 수 있으나, 데이터 3법이 경제ㆍ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외면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논의의 출발을 위해서는 이 법의 바탕과 배경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입법의 지향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데이터 3법에서 각 법의 제1조에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동시에 '효율적 이용'이 명시돼 있다. 상이한 두 가치가 상호 충돌하는 경우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목적성, 효과성, 단순명확성, 수용성, 지속가능성 등 5가지 측면을 조화롭게 갖춰야 목표도 달성할 수 있고 그 영향력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데이터 3법을 통한 정책이 종합대책 성격으로 세부적인 내용 해석에 혼선이 발생하고, 개인과 기업의 우려가 크다면 결국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우선 시민 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대해 보다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의 프레임에서 이뤄지던 정보 주체의 권리를 앞으로의 프레임에서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법 시행과 함께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가명 처리 방법과 수준을 명확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와 정보의 활용'이라는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안 및 관할 기구는 법 개정안의 취지대로 개인정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치적 대립의 장이 되지 않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보호ㆍ규제와 진흥 기능의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를 동시에 높이는 규제 혁신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논란이 많은 때일수록 본질로 돌아와 해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면, 정부는 허가와 허용의 범위를 고민하기 이전에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들이 기업이 체감하는 데이터 규제 혁신 정책,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 정책 설계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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