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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한권의 서점 - 한달에 한권 '3평짜리 책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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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하나의 키워드 뽑아 책 한권만 추천
매주 한권만 전시 日 모리오카 서점과 닮아
낮과 밤 나눠 주제 글쓰기·북토크도 진행
최대 20명 참여…참가비는 2만·3만원 선

[인스타산책] 한권의 서점 - 한달에 한권 '3평짜리 책사랑방'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책방 '한권의 서점' 외부 전경. 이번 6월에 선정된 책 '커플의 소리 : 아 무샹'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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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빠르고 번잡한 서울 도심 속에서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있다. 바로 서촌이다.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서촌이라는 이름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ㆍ사직동 일대를 일컫는다. 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흠뻑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가는 서촌을 찾는다면 이를 쏙 빼닮은 서점을 찾아보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그 흔한 베스트셀러도 없고, 추천 도서도 없지만 묵묵히 그 자릴 지켜나가고 있다. 매달 한 권의 책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 '한권의 서점'은 그런 설명이 어울리는 곳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방향에는 좁은 골목 사이로 담백한 멋을 지닌 개량 한옥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높은 건물 한 채 없는 거리를 따라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작지만 알찬 '한권의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책방 앞 유리문에 써붙여진 '한곳'이라는 단어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기심을 품고 문을 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손님을 반긴다.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이달의 책으로 꼽힌 '커플의 소리: 아 무샹'과 관련한 것들로만 꾸며져 있다. 한가운데 자리한 진열대도 같은 책으로 가득했다. 벽면엔 그 책 속의 문장들과 책을 추천하는 이유, 책 표지와 같은 디자인의 큼지막한 액자가 걸려 있었다. 가게 한 쪽에 자리 잡은 아날로그 TV에서는 저자의 영상이 재생됐다. 책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해놓은 셈이다. 서점이라기보다 작은 갤러리에 가깝다고나 할까.

[인스타산책] 한권의 서점 - 한달에 한권 '3평짜리 책사랑방' 아날로그 TV 속에는 책 '커플의 소리 : 아 무샹'의 저자 허남훈 감독과 김모아 작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온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이 서점은 매월 첫날 하나의 단어와 이에 어울리는 책 한 권을 선정한다. 책이 온전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연관된 전시를 함께 연다. 책을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 두 가지 모두 충족시켜 보자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무수한 단어와 책들 사이에서 하나를 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 서점을 운영하는 김완석 매니저(29)는 "이곳은 '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소개했다. "책이 많은 서점에서는 되레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모르겠더라. 책을 많이 살 수는 있지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한 달에 책 한 권만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라는 개념과 '서촌의 정서'에 주목했다. 김씨는 "단어에 숫자 '1'이나 '하나'라는 개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책들은 서촌에 머무르면서 느끼는 감정과 연결되는 것들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책방이 처음 선정한 단어는 숫자 '1'에서 출발한 '1㎜'였다. 서촌의 문화 공간을 섬세하게 들여다 본다는 의미에서 이 단어를 선정했단다. 당시 채택된 책은 생각노트의 '도쿄의 디테일'이었다.


이달에 선정된 단어와 책은 각각 '한곳'과 '커플의 소리: 아 무샹'이다. 해당 책은 공동저자 허남훈 감독과 김모아 작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의도치 않게 '한곳'에 머무르면서 일어난 일들을 담아냈다. 두 사람은 프랑스 방데(Vend?e) 지역의 무샹(Mouchamps)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45일간 머물렀다고 한다. 가게 곳곳에 전시된 사진들도 이들이 직접 프랑스에서 찍은 것들이다. 다만, 이번에 선정된 책은 예외적으로 7월까지 약 두 달간 전시된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제되다 보니 해당 전시를 놓치는 손님이 꽤 많았다는 게 서점 측 설명이다.

[인스타산책] 한권의 서점 - 한달에 한권 '3평짜리 책사랑방' 허남훈 감독과 김모아 작가의 책 '커플의 소리 : 아 무샹'이 전시돼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이곳은 일본 도쿄의 모리오카 서점을 닮은 걸로도 유명하다. 매주 한 권의 책만 전시하고 판매하는 모리오카 서점은 이미 독서광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났을 정도다. 김씨는 "모리오카 서점이 디자인 서적이나 고서적 등 다소 접근하기 힘든 책을 전시한다면, 우리 서점은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지향한다. 거리를 걷다가도 가게에 슬쩍 들러, 읽을 수 있는 책들"이라며 미소 지었다. '한권의 서점'은 신간ㆍ구간, 독립 서적 등을 구분 없이 취급하고 있다.


'매달 책 한 권'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매출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꽤나 있다. 김씨는 "책 판매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고 귀띔했다. 책방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두 가지다. 이달의 책과 관련한 주제로 글을 써보는 일명 '낮의 낱말'과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북토크 형식의 '밤 읽는 밤'이다. 두 행사는 각각 낮과 밤에 진행돼 이런 이름을 붙였단다. 지난달 17일과 21일에도 허남훈 감독과 김모아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다. 많게는 20명 정도가 참여한다. 참가비는 2만~3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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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곳을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개하는 책이나 전시가 취향에만 맞는다면 작은 공간임에도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이다. 서촌을 왔을 때 동네 설명도 들을 수 있고, 책을 매개로 대화도 할 수 있다. 어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둥지를 튼 서점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적지 않다. 지방 사람들도 이곳을 방문한다고 하니 '한 달에 한 권'이라는 다소 무모한 시도는 성공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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