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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게 공정이냐, 노력 배신당했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취준생·대학생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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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인천공항, 비정규직 1902명 정규직 전환 임박
노량진 공시생들 울분·분노·당혹…대학가 "노력의 대가 겨우 이거였나" 분통

[르포]"이게 공정이냐, 노력 배신당했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취준생·대학생 '분통' 23일 오후 노량진역 3번출구 인근에서 학생 등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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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강주희 인턴기자] "몇 년 동안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이젠 손에 잡히질 않아요", "노력한 사람들은 뭐가 되나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21일 비정규직 보안 검색 요원 1902명을 청원 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취업준비생(취준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대학생 등 청년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기가 악화하고 취업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노량진 학원가와 서대문구 대학가 일대에서 만난 취준생과 대학생들은 이 같은 소식에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공시생은 "취준생들의 노력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냐"며 울분을 토했다.


공기업 취업을 2년째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박 모(27) 씨는 "취업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하루하루 불안함에 사는데 어제 뉴스를 보고 힘이 빠졌다"라며 "여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좋은 조건의 기업 들어가려고 악을 쓰고 공부한다. 심지어 취직했다가 퇴사를 하고 돌아온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해온 취준생들의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거로 만들어도 되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스터디를 같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허탈하다고 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부모님 눈치 보면서 지원받아 공부하지 않고, 공사에서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기다렸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르포]"이게 공정이냐, 노력 배신당했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취준생·대학생 '분통' 23일 오후 노량진 학원가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인국공은 공기업인 만큼 취준생들에겐 '꿈의 직장'으로 평가받는다. 채용과정 또한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1·2차 면접을 치러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공항의 특성상 어학성적, 어학 가산점 등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오랜 시간 공기업 취업 준비를 해온 취준생들은 그동안 해온 노력이 아깝다며 하나같이 울분을 터트렸다. 이날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사 근무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 카톡방 캡처 사진이 공개되면서 취준생들은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낀다고 털어놨다.


공시생 이 모(27)씨는 "노력하면 다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도 모자란 상황에 노력도 배신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격"이라며 "비정규직 단톡방에서 '벤츠를 보고 있다', '외제 차 살 거다'라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데 열이 받았다. 이럴 거면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운이나 따라주길 기다릴 걸 그랬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공시생 허 모(28) 씨는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정부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정규직화가 결정되자마자 비정규직 오픈 채팅방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공사에 들어간 직원들을 겨냥해 '뭐가 억울하냐', '왜 열심히 살았냐', '서울대 아무것도 아니네'라는 뉘앙스로 비아냥거리는 건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르포]"이게 공정이냐, 노력 배신당했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취준생·대학생 '분통' 23일 오후 3시15분 서울의 한 대학. 학생들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인국공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취업 문턱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나타내는 취준생도 있었다.


사기업을 다니다 퇴사 후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 모(31) 씨는 "곧 자체 모의고사가 있는데 손에 잡히질 않는다"며 "매년 공기업 입사 준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경쟁률도 늘고 있는데, 이번 정규직화로 채용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서류 한 번 붙어보려고 다양한 스펙쌓고, 필기전형에 합격하려고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기회를 뺏는 게 공정한 사회냐. 도대체 나라에서 말하는 공정한 사회가 뭐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허탈한 마음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규직 전환을 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최 모(22) 씨는 "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더라도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절차나 시험을 거쳐야지 비정규직 직원 모두를 무작정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열심히 준비해서 들어간 사람들, 취업을 위해서 지금도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뭐가 되나"라면서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하는 것도 맞고, 좋은 정책이라는 것도 알지만 결과적으로 노력을 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 상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르포]"이게 공정이냐, 노력 배신당했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취준생·대학생 '분통' 23일 오후 2시50분께 서울의 한 대학 정문.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1호' 공약 사항으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직접 찾아 공항 내 비정규직 노동자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청년들이 이 같은 비정규직 전환 과정이 평등하고 공정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들은 오히려 앞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가 더욱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한 대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밝힌 4학년생 이모(24) 씨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학교 공부 외에도 벌써 취업을 위해 토익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하루하루 분주하게 살고 있다"라면서 "주말에도 아르바이트하는 시간 외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공부한다. 이렇게 노력하는데, 노력해도 될까 말까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덜컥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가 옹호할 수 있겠나. 앞으로 내가 노력한다 해도 배반당할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 모(21) 씨는 "인국공 같은 경우는 공기업 중에서도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인데, 그런 곳을 별다른 절차 없이 들어온 사람들이 갑자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취업 준비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라면서 "기업의 입장에서도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력 없이 쉽게 들어간 직장에서 어느 누가 성취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천공항 노동조합(정규직 노조) 측은 23일 청원경찰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힌 사측에 직접 고용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청원경찰은 노령·관료화 문제로 폐지하겠다는 정부방침을 스스로 뒤엎는 행위이자 한국공항공사에서 조차도 폐지하려고 하는 제도"라면서 "청원경찰을 통한 직접 고용 추진은 고용안정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실업자로 내몰고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지방공항, 항만 등 타 공기업에도 심각한 노노 갈등을 초래하고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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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확산하자 공사 측은 "보안검색 요원들과의 계약이 오는 6월까지여서 빨리 정규직 전환 대책을 내놓다 보니 노조 측과 긴밀히 협의하지 못했다"며 "일단 채용 절차를 진행하며 탈락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 측은 보안검색 요원의 직접 고용 방침이 결정된 만큼, 별도 채용 절차를 밟더라도 연말까지 채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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