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조진웅이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에 주연으로 나선 소감을 밝혔다.
조진웅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진웅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외지인 부부가 사망하는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형구를 연기한다. 수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한 그는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낌새를 포착하고 이를 추적한다. 그러던 중 집, 가족, 직업까지 자신이 기억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하루아침에 뒤바뀐 삶을 되돌리기 위해 단서를 찾아 나선다.
앞서 조진웅은 '명량'의 왜군 장수부터, '암살'의 일제강점기의 생계형 독립군, '독전' 속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형사, '공작'의 흑금성 작전을 지시하는 안기부 해외실장, '블랙머니'의 수사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막가파 검사까지 다수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는 ‘사라진 시간’에서 전매특허 형사 역할로 돌아온다. 영화 '독전', '끝까지 간다', 드라마 '시그널'의 형사 캐릭터와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사라진 시간’은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다. 정진영은 17세에 품은 꿈을 57세에 이뤘다. 40년이 걸린 것이다. 제작은 조진웅을 만나며 탄력이 붙었다. 애초 정진영은 제작사를 세우고 자비를 들여 단편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써왔다. 완성된 초고를 조진웅에게 건넸고 이를 본 조진웅이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에게 제작을 제안하며 덩치를 키웠다.
“처음에 정진영 선배 대본을 보고 ‘본인이 쓴 거 맞아요?’, ‘어디서 베낀 거 아녜요?’라고 물었다. 선배가 쓴 거라고 믿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쓴 대본을 받아보고 물음표가 많아졌다. 감독님이 영화 속 형구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괴리를 느낀다. 거기에 관한 질문이 응집된 게 아닐까 느꼈다.”
조진웅은 정진영과 배우, 감독을 넘어선 신뢰를 내비쳤다. 선배 연기자로서 탄탄한 신뢰가 ‘사라진 시간’ 작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두 사람은 ‘대장 김창수’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조진웅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국이었다. 세상이 어수선할 때 김구 선생의 청년 시절을 다룬 영화를 작업하는 소회가 남달랐다. 배우, 제작진이 모여 잘 만들어보자고 의미를 되새겼다. 정진영 선배와 함께하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조진웅은 “정진영 선배는 햇살 같은 분이다. 태양이 아닌 햇살.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쳤을 때 따뜻한 느낌 같은 사람이다. 영화도 그 사람을 삶은 듯하다”라며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무리하게 요구하는 부분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조진웅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고려 요소는 사람이라고. 작업을 통해 신뢰를 쌓은 이들과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걸 즐겨한다. 때문에 그는 의리에도 약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조진웅의 몸값으로 ‘사라진 시간’은 턱도 없었을 터. 하지만 그는 노개런티로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제작을 위해 힘을 보탰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배우라면 흥행작에 출연하고 싶은 건 너무도 당연할 터. 하지만 그의 행보는 조금 특별하다.
조진웅은 “새로운 사람과의 작업할 때의 기분은 마치 전학 갔을 때와 같다.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에너지가 든다. 그게 내겐 공포다. 그 에너지를 작업의 밀도를 높이는 데 쓰고 싶다. 함께 해왔던 사람들과 영화를 만드는 게 즐겁다”며 “만약 내가 연극을 하게 된다면 부산에서 할 생각이다. 늘 함께해온 사람들과 무대에 오른다면 기쁘겠다”고 말했다.
‘사라진 시간’은 6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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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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