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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한 감시·통제에 눈감았더니 '빅브라더'가 눈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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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민주주의 후퇴론
헝가리 등 독재국가 부상 전망

방역 위한 감시·통제에 눈감았더니 '빅브라더'가 눈떴다 빅브라더(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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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불가항력적인 사건은 때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낳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에 빅브라더식 감시체계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위기상황에서 감시와 통제가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경험한 세계는, 아니 권력은, 코로나19 종결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려 할 것이란 이야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정부가 공중보건 위기를 내세워 코로나19 발병과는 아무 관계 없는 새로운 권력을 휘두르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권력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커지는 민주주의 후퇴론=빅브라더식 감시체계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있어 세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건 수치로도 드러난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비영리법률센터(ICNL)는 코로나19 발생 후 각 정부의 법률적 조치가 자유와 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고 있다. ICNL에 따르면 현재 비상사태를 선포한 국가는 26일 기준 86개국이다.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32개국, 국민에 대한 감시가 개인 정보 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인 국가도 29개국, 집회 등에서 규제를 도입한 국가는 112개국에 이른다.


이는 비단 권위주의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이유로 개인과 사회를 밀착 감시하고 통제하는 조치는 전통적 민주국가 등 기존 체계와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 의회에서도 시민을 제재할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코로나19 비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코로나바이러스 법'이라 불리는 해당 법안은 정부가 공항이나 항구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코로나19를 옮길 위험이 있는 사람을 경찰이 구금 및 격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정부가 특정 이벤트나 모임을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특정 구역을 봉쇄할 수 있도록 했다.


벨기에 정부는 자가격리를 지키는지 확인하겠다며 휴대전화 업체에 개인 위치정보를 요청했다. 또 경찰이 주요 거리에 배치돼 휴대전화 업체가 놓친 부분을 감시한다. 벨기에 의회도 대규모 모임을 자제하기로 해 의회 전체 표결이 아닌, 정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많은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이탈리아ㆍ프랑스ㆍ독일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에선 자국민의 이동 제한 등 봉쇄 조치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위기를 '통제의 기회'로 삼는 국가 출현에 우려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NYT는 "각국 정부가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 자유를 제한하는 게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권위주의적인 통치자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사태 종식 이후에도 그 '편리한 권력'을 쉽사리 반납하려 할까,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긴장 속에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방역 위한 감시·통제에 눈감았더니 '빅브라더'가 눈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팬데믹 속 독재국가들의 부상=예컨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정부 권한을 강화한 이른바 '코로나19 방지법'을 제정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의회에서 투표가 진행되기 전 국민 10만명 이상이 반대 서명을 했지만 소용 없었다.


비상사태법이 품고 있는 가장 위험한 요소는 일몰조항 즉 시간제한이 없다는 데 있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간만큼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고, 의회의 동의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새로운 법안을 만들 수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인에게는 최고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도 만들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3월 정보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도 휴대전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원래는 테러를 막기 위해 개발된 기술을 이스라엘의 보수 강경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 감염자 추적을 위한 조치로 그 용도를 돌렸다. 해당 안건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당국은 코로나19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들에게 바이러스 노출이 우려된다고 알리고 격리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달 들어 해당 추적 조치를 3주 연장했다. 코로나19 확산세 둔화로 경제가 재개방되고 이동 제한이 해제되면서 전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이스라엘 정부는 6주 연장을 바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회가 3주 연장만 허용해 이같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위한 감시·통제에 눈감았더니 '빅브라더'가 눈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코로나가 키운 빅브라더, 이후가 더 문제=필리핀에서는 상ㆍ하원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신속 대응과 소외계층 구호 등을 위해 54억 달러에 달하는 올해 예산을 전용할 권한을 넘겨줬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의회에 행정부가 공익과 관련한 민간사업의 운영권까지 임시로 인수할 수 있는 비상조치권 부여도 요청했다. 의회가 이를 허가하면서 필리핀은 사실상 독재 정권의 계엄령과 비슷한 구조를 띄게 됐다.


태국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이 법안을 통해 2014년5월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집권당은 코로나 19 대책을 실행하기 위한 전권을 확보했다. 이 중에는 통행ㆍ이동, 건물 폐쇄 등이 포함돼 있다. 필요한 경우 미디어를 검열하거나 폐쇄하고 소셜미디어를 통제하는 권한도 있다.


세계적인 보건 위기를 맞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결정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권력을 손에 넣은 지도자들이 과연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 자신들의 권한을 순순히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이집트는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1981년 암살될 당시 선포된 비상사태는 31년간 이어졌다. 프랑스도 2015년 테러 발생 후 발동한 비상사태를 2년 유지했으며 미국은 9.11 테러 후 수용소를 개설한 관타나모 수용소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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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러첸 ICNL 센터장은 "전 세계 정부가 비상 지휘권을 발동하고 있으나 나중에는 이를 포기하는 데 주저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지휘권은 사회의 구조에 스며들게 된다"면서 "코로나19가 공중보건의 위기만이 아닌 사회적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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