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코트' 논란의 결말…21년만에 본회의 통과만 남아
번거로운 절차 없는 사설인증서 서비스 경쟁 치열해질 듯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보안카드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본인인증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생체인증 앱을 통해 지문을 등록하고 인증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 복잡한 절차 때문에 많은 불편을 초래한 공인인증서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1999년 도입된 이후 21년 만이다.
◆'공인인증서' 지위 없앤다= 11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처리 이후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미 여야가 합의한 만큼 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21년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인인증기관과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하는 공인인증서 개념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의 구별을 없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공인인증서 폐지 논란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에서 '천송이 코트'로 이슈가 되면서 공인인증서의 문제가 불거졌다. 해외 쇼핑객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가 입은 코트를 구매하려 했다가 액티브엑스(Active X)와 공인인증서 때문에 포기했다는 얘기가 논란이 됐다. 이에 당시 금융위원회가 전자상거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없애면서 결제 문제는 개선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민들의 불편은 이어졌다. 공인인증서가 전자서명법상 다른 사설인증서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가져 주요 공공기관들은 대체 인증서비스를 채택하지 않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정부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비롯한 민원서류를 발급 받으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수적이다.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공인'이라는 지위 때문에 시장을 독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민원서류를 발급할 때 공인인증서의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야 했다.
◆민간 인증서 춘추전국시대=개정안 통과로 이 같은 문제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가 법적으로 동등해지면 보안카드 이용, 번거로운 갱신 절차를 갖고 있는 지금의 공인인증서는 자연스럽게 시장 경쟁에서 도태 되면서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는 다양한 회사가 제공하는 사설인증서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이동통신 3사와 핀테크 보안 기업 아톤은 모바일 본인인증 서비스인 패스(PASS)로 간편인증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PASS는 인증서 발급 건수가 지난해 4월 108만건에서 올해 1월 1020만건으로 9개월 만에 10배 성장했다. 카카오도 카카오톡 기반으로 카카오페이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3월기준 가입자가 900만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인인증서의 지위가 폐지되면 민간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는 간편한 인증 절차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민간업체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카카오나 통신3사나 먼저 주도권을 갖게 되는 기업이 인증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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