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유흥시설 우려했는데…송구한 마음"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54명…11명은 2차 감염
방역본부, 신규 환자 줄어도 꾸준히 주의 당부·우려 표명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밀폐되고 밀접한 접촉을 하는 유흥시설이나 종교시설에 대해 많이 우려했는데 그런 우려가 이태원 클럽의 집단발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돼서 굉장히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사망자를 언급할 때를 빼곤 좀처럼 감정섞인 표현을 꺼낸 적이 없는 그가 최근 서울 이태원 일대 클럽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국민에게 미안한 의사를 전했다.
클럽에 들러 코로나19 감염원에 노출돼 확진판정을 받는 이와 함께 가족ㆍ지인 등 지역사회 감염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방역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나섰다.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54명. 이 가운데 11명은 클럽에 다녀간 적 없이 클럽방문 환자와의 접촉 등에 따라 감염된 이다.
정 본부장은 "건강한 청장년층은 큰 증상 없이 회복하지만 이런 유행이 지역사회에 누적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 노출되면 면역이 약한 이는 굉장히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본부장을 비롯해 방역대책본부 차원에서는 지난달 하순 이후 신규 환자 발생규모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꾸준히 주의를 당부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역사회에서 신규 환자가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던 지난 2일 "현 추세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으나 한편으론 지난 신천지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발생이 일어나기 전에 마치 폭풍 속의 고요 같은 상황을 한번 경험한 바 있다"며 "산불화재에서 드러나듯 주불 외 잔불이 언젠가는 또 주불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 역시 이튿날 브리핑에서 진단검사가 다소 줄어든 점을 지적하며 "집단발병이나 지역감염 사례가 감소한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면 대규모의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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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3월 하순 이후 한달 보름간 진행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자마다 우려했던 수도권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시민 사이에서 불안감도 다시 높아졌다. 방역당국 입장에서도 감염병 확산을 막는 한편 혹시 모를 집단감염에도 초동대처를 발빠르게 할 수 있도록 촘촘히 방역망을 갖춰놨으나, 이번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방역망에 빈틈이 있다는 게 드러난 만큼 사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데다 초기 접촉자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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