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벽 챌린지' 등 반려동물 장애물 피하기 콘텐츠 인기
슬개골 탈구 등 관절 질병 유발 지적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최근 강아지 등 반려동물이 휴지 등으로 만들어진 벽을 뛰어넘는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상에서 강아지들은 2단, 3단 5단 등으로 만들어진 휴지벽을 뛰어넘거나, 머리를 이용해 그대로 벽을 뚫고 나간다. 또 다른 강아지는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 앞에서 소리를 내며 주인을 향해 도움을 요청한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 반응은 엇갈린다.
한 누리꾼은 "명백한 동물학대다.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귀엽다. 실제로 부상 등을 당하는 것 같지 않으니, 그냥 놀이로 보인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는 상황에 따라 동물학대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기준 유튜브에는 '휴지벽 챌린지','투명벽 챌린지' 라는 제목의 영상이 100여개 이상 검색된다. 대부분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해 벽을 쌓거나 랩, 비닐 등으로 투명한 가림막을 만든 뒤 반려동물이 이를 통과할 수 있는지를 보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다.
문제는 해당 행위가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반려동물이 장애물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다치거나, 비닐 등이 찢어져 반려동물 호흡기 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물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슬개골 탈구 등 관절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문제로 지적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커뮤니티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의 한 회원인 A 씨는 "강아지들 스트레스받고 놀라는 상황을 연출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들이 싫다. 투명벽 챌린지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은 B 씨의 지적에 공감하며 "동물 학대로 신고하고 싶다","말 못 하는 동물들에게 그런 챌린지를 시키는 게 말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직장인 B(26) 씨 역시 "반려동물이 놀라는 모습이나 일부러 골탕을 먹인 뒤 반응을 살펴보는 콘텐츠야말로 동물 학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상품화해 돈을 벌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반려동물을 골탕 먹인 뒤 반응을 살펴볼 시간에 산책을 한 번 더 가는 것이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브 반려동물 콘텐츠 구독자 12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 유튜버는 해당 챌린지에 대해 지난 23일 "반려동물에게 위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해당 챌린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분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글이다"라면서도 "장애물 피하기 콘텐츠를 제작하실 분들께서는 반드시 반려동물의 안전을 한 번 더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콘텐츠 소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영상을 즐겨본다는 대학생 C (24) 씨는 "'투명벽 챌린지' 등 반려동물이 함정을 피해 가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왜 동물 학대라고 지적하는지 모르겠다"라며 "해당 논란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의 명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학대하려고 키우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동물학대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소속 권현정 변호사는 "현행 동물법의 정의 규정에는 동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등을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콘텐츠는 동물에게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행위가 반려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일부 유튜버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콘텐츠로 인해 반려동물에게 건강 상의 문제가 생기거나 수의사 등 전문가가 해당 행위로 인해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명시했을 경우에는 동물학대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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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변호사는 "다만 실제로 이런 콘텐츠로 인해 동물학대로 처벌 받은 경우가 없고, 만약 처벌이 이뤄진다고 해도 경미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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