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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020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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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020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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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멈춰서고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올해 정기 주주총회도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은 주총 정족수를 맞추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올해는 상장사 중 315개사가 감사ㆍ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했는데 이는 감사ㆍ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의 3%룰 적용이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주가 불참해도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섀도보팅 제도가 2017년부터 폐지되면서 모든 회사들은 주주총회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됐다.


재계에서는 3%룰의 폐지나 섀도보팅 제도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제도의 시행은 최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 특히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책임지는 감사인 선임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해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총 참석을 유도한다는 목적을 지닌다. 이러한 취지를 고려할 때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전자투표제도 등을 활성화해 주총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총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상근전문위원 체제로 전환되고 처음 맞는 주총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자로서 주요 기업 200여개에 1대 혹은 2대 주주를 맡게 됐고,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한 기업도 300개에 이른다.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46개사의 상정 안건 80개에 반대 또는 기권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기관투자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실제 주총의 결과를 좌우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4139건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 중 682건에 대해 반대했으나 실제 부결된 건은 24건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높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이 작은 원인은 국내 기업들의 지분구조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내부 지분율은 50% 상회하고 상당수의 기업들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국내 다른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가 소극적인 것도 주총에서 비지배주주들의 영향력이 미미한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상근전문위원 체제를 도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주주소통을 전개하면서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올해 주총을 위해 기관 투자자에게 제공한 353개사의 의안분석보고서를 살펴보면 총 2460건의 안건이 상정됐고, 이 중 임원 선임 안건이 1323건(53.8%)으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권고율은 15%이며, 적어도 1개 안건에 대해 반대권고를 한 기업은 206개사다. 이번 주총에서 상법상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는 해당회사에서 최대 6년, 계열사를 포함해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게 돼 장기연임으로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사외이사의 교체가 다수 있었다. 그러나 출석률 저조, 기업가치 훼손, 부적절한 겸임 등의 사유로 반대한 사외이사 수는 작년보다 증가했는데 이는 기업들이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제고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반대권고율이 높은 안건은 감사선임으로, 43.1%에 이른다. 감사의 역할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통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와 같이 높은 반대권고율은 아직도 기업들이 자격을 갖춘 감사의 선임을 꺼린다는 우리 기업지배구조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으로 이사보수한도 승인에 대한 반대권고율이 31.4%로 높았는데 지급된 이사 보수 수준과 경영성과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는 동시에 제시된 보수한도 대비 실제 지급 수준이 낮은 기업들에 대해 반대권고를 했다.


이익배당 안건에 대해서는 과소 배당을 이유로 35개사(10.1%)에 대해 반대투표를 권고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증가한 수치다. 이사보수한도와 배당은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에 있어 특히 관심을 갖는 이슈로 향후 이들 안건을 중심으로 주주소통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큰 문제없이 치뤄진 올해 주총을 돌아보며 내년에는 보다 많은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주총이 실질적인 기능을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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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ㆍ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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