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시간 단체채팅방에 게릴라 링크
1시간 뒤 터지는 XX방 수십명 입장
박사방 압축파일 등 음란물 공유
품평회까지 나누다 채팅방 흔적없이 '펑'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1일 오전 0시20분,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링크' 하나가 올라왔다. 이 방은 300여명이 모여 일상적 대화를 나누던 곳이다. 링크를 누르자 '1시간 뒤에 터지는 xx방'이라는 채팅방에 입장하게 됐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40명가량이 링크를 타고 해당 채팅방에 모였고 참가자들은 익숙한 상황이라는 듯 '빨리 아동 음란물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1~2분이 흐르자 이 채팅방을 개설한 운영자는 사진과 영상ㆍ압축파일 등의 형태로 된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 수십 개를 살포했다. '박사' 조주빈(24)이 제작ㆍ유통한 것으로 보이는 음란물도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박사방 샘플 정리본'을 비롯해 조씨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볼 수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박사꺼 대통합 57명 분류'라는 압축파일도 게재됐다.
운영자는 기계적으로 음란물을 올렸고 사람들은 "더 수위가 높은 걸 올려달라" "이건 처음 보는 자료다"라는 요구와 촌평으로 반응했다. 또 영상을 확인한 뒤에는 품평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렇게 각종 음란물이 공유되고 품평회가 시작된 지 1시간가량이 지난 오전 1시20분쯤 이 채팅방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른바 '폭파'된 것이다.
같은 날 오후 11시쯤에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이 때 개설된 방은 2시간가량 유지됐다. 채팅방에 입장한 사람도 100여명으로 전보다 많았고 운영자만 음란물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도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음란물을 공유했다.
경찰은 이른바 'n번방' '박사방' 사건이 터진 뒤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운영하고 박사방 참여 회원 1만5000명의 닉네임을 확보하는 등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세간의 충격과 비판을 비웃는 듯 텔레그램 내 음란물 공유 단체방은 여전히 성황이었다. 일반적 채팅방에 기습적으로 링크를 올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만 성 착취 영상을 공유하는 식으로 단속을 피해가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받을까 금전 거래도 하지 않았다. 음란물을 서로 공유하고 품평하는 일을 놀이처럼 일삼는 것이다.
현행법은 음란물 속 인물이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배포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텔레그램에는 참여한 채팅방 사진이나 영상을 클릭하기만 해도 자동으로 다운로드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하게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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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여전히 남아 있는 텔레그램 내 음란물 공유 채팅방을 차단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텔레그램 측에 이러한 채팅방 삭제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면서 "음란물 공유 채팅방을 발견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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