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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마셜 플랜으로 탄생한 '로마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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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마셜 플랜으로 탄생한 '로마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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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된다. 배경은 이탈리아 로마다. 트라야누스 원주를 클로즈업한 화면에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의 이름이 뜬다. 위에서 내려다본 성 베드로 광장,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기념관의 왼쪽 측면, 테베레강을 가로지르는 산탄젤로 다리, 포룸 로마노의 폐허 일부가 차례로 스쳐간다. 그리고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이 등장하면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자막이 화면을 메운다.


"이 영화의 촬영과 녹음은 모두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제목은 '로마의 휴일'이다. 싱겁다. 제목이 벌써 영화를 어디서 찍었는지 알려주지 않는가. '로마의 휴일'을 로마에서 찍지 파리에 가서 찍나? 하지만 이 자막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영화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유럽의 경제시스템은 마비 상태였다. 산업 기반이 전쟁 전의 30% 수준에도 못 미쳤다. 반면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력의 절반 이상을 보유했다. 미국의 과제는 유럽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일이었다. 그러려면 유럽이 다시 일어서야 했다. 미국은 대규모 원조 계획을 세우고 달러를 찍어 보냈다. '유로 달러'다. 이 달러는 유럽 안에서만 써야 했다. 파라마운트는 유로 달러를 사용해 로마에서 로케이션을 한 것이다.


미국의 유럽 재건 계획을 '마셜 플랜'이라고 한다. 미국 국무장관 조지 캐틀릿 마셜이 제창했기 때문이다. 마셜은 군인 출신의 정치가다. 1901년 버지니아 군사학교를 졸업했고 1, 2차 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했다. 1947년 국무장관에 취임한 마셜은 그해 6월5일 하버드대학교 연설에서 유럽 재건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굶주림과 가난, 절망과 혼란을 없애려는 것입니다. … 이 정책의 목적은 세계 경제가 동력을 회복함으로써 자유로운 제도들이 유지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데 두어야 합니다."


미국 상원은 마셜 플랜 관련 법안을 1948년 3월13일에, 하원은 31일에 승인했다. 표결 결과는 상원 71대 19, 하원 333대 78이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4월3일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은 1951년 12월31일까지 유럽에 약 127억달러를 보냈다. 원조 금액은 영국 33억달러, 프랑스 23억달러, 서독 14억달러, 이탈리아 12억달러, 네덜란드 11억달러에 이르렀다. 프랑코 체제의 스페인과 중립노선의 핀란드는 제외했다.


마셜 플랜은 성공적이었다. 서유럽 국가 대부분이 2차 대전 이전 수준으로 경제력을 회복했다. 그 후로도 20년간 성장과 번영을 거듭했다. 유럽인들은 미국 상품의 충실한 고객이 되었다. 또한 마셜 플랜은 유럽 국가 사이의 관세 장벽을 허물고 각국의 경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 설치한 기구 등을 통해 유럽 통합의 주춧돌을 놓았다. 조지 마셜은 유럽 재건의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마셜 플랜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대규모 원조를 함으로써 외국의 무너진 경제를 회복시킨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지원한 달러가 서남아시아에 대한 두 나라의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악용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소련은 마셜 플랜을 본뜬 '몰로토프 플랜'으로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다. 유럽의 동쪽과 서쪽 사이에는 이념과 경제 양면에서 철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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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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