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책 기대감 반영
연기금 주식 편입 여유 있어·숏커버링도 영향
변동성커 낙관은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2주 이상 대폭락을 경험한 미국 증시가 이번 주에는 정반대로 강세장에 진입했다. 미국 실업자 수 폭증에도 경기 부양 법안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2분기 경기 침체 전망이 높고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6.38%(1351.62포인트) 급등한 2만2552.17에, S&P500지수는 6.24%(154.51포인트) 오른 2630.07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5.60%(413.24포인트) 상승한 7797.54를 나타냈다.
특히 다우와 S&P500지수는 각각 삼일 연속 상승하면서 사실상 강세장(불마켓ㆍbull market)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우지수는 최근 사흘 새 21% 상승했다.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르면 불마켓, 반대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베어마켓(bear market)으로 분류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우지수가 기술적으로(Technically)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증시 상승에 대해 시장에서는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개장 전 미국에서는 전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발표됐는데 무려 328만건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기존 최고치는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2년의 69만5000건이었다.
하지만 최대 2조2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전날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27일 하원을 거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오히려 더 컸다. 제프리 클라인톱 찰스슈와브 수석 글로벌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하원이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당국자들은 소통을 통해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례적으로 방송에 나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선 것 같다"면서도 "Fed의 실탄은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시장 혼란 시 추가적인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도 "이번 사태에 정부 차원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파월 의장과 하루에도 30번이나 이야기한다"고 강조하면서 "Fed의 채권매입기구 요구를 모두 승인했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으로 시장에서는 유동성 고비는 일단 넘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대비 1.50% 하락한 99.480에 형성됐다. 달러인덱스는 현금 선호 영향으로 지난 19일 103.605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거래일보다 소폭 오른 0.814%를 기록했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거래일보다 4.61% 하락한 61.00에 마감했다.
JP모건은 "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채권 편입 비중을 낮춘 만큼 주식을 매입하는 리밸런싱에 나설 것"이라며 다음 달까지 8000억~9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ed의 공격적인 행동이 시장을 잠재웠지만 코로나19 위기가 현재진행형이고 곳곳에서 경제활동이 멈춰 있는 만큼 추가적인 시장 혼란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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