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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아직도 목말라요" 아프리카 소녀 엘라, 한국에서 소프라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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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소수, 더나은 비주류 세상
2013년 11월 말라위에서 온 엘라 므 완자시

낯설었던 한국에서 적응 마치고
한예종 졸업 후 소프라노로 활동

K-pop보다 클래식 좋아하는 20대
'그리운 금강산' 불러 무대 장악

[사이드B]"아직도 목말라요" 아프리카 소녀 엘라, 한국에서 소프라노 되다 제공=99 Art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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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매일 왕복 2시간을 걸었다. 물이 없는 동네라 우물을 직접 찾으러 다녀야만 했다. 혼자서는 땅을 팔 수 없어 친구들, 마을 사람들, 선생님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고작 10년 전이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엘라 므 완자시(Ellah Mwanjasi·이하 엘라·26)가 10대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다.


"교실에 책상이 따로 없어서 벽돌 위에서 수업을 하거든요. 그런데 우기 때 비가 오면 물이 벽돌까지 차 올라요. 그러면 벽돌 위 공간이 섬처럼 변하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었어요. 물 뜨러 다니는 거요? 힘든 느낌은 전혀 없었고 그게 우리의 삶 자체라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모두 항상 같이 있어서 힘든 느낌은 정말 없었어요."


[사이드B]"아직도 목말라요" 아프리카 소녀 엘라, 한국에서 소프라노 되다


그 무렵 엘라를 힘들게 한 건 엄마가 자신을 낳은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던 순간이었다. 말라위 여성의 기대 수명은 66.9세(우리나라 85.7세), 모성 사망률은 출생아 10만명당 634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11명 수준이다.


엘라를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말라위의 작은 마을 카롱가에서 살던 엘라가 멀고도 낯선 한국에 정착한 지는 벌써 7년째다. 음료로 따뜻한 유자차를 시킬 만큼 익숙해졌다. 우연히 한국인 교수가 말라위에서 운영하는 음악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오디션을 치르러 갔다가 재능을 발견하고 한국예술종합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지금의 엘라는 한국의 여느 20대와 다름없어 보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K-Pop을 좋아하는 게 보통의 20대라면 엘라는 클래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클래식을 배우면서 그 자체를 너무 좋아하게 됐다"며 "내면에서도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끼고 성악을 할 때면 관객과 연결되고 있다는 교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이드B]"아직도 목말라요" 아프리카 소녀 엘라, 한국에서 소프라노 되다 제공=99 Art Company


한국의 첫인상은 나빴다. 너무나도 추웠던 탓이다. 엘라는 "성악과 14학번으로 들어가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며 "처음엔 학교 식당도 힘들었고 한국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 잘 먹는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돌솥비빔밥이다.


엘라의 목소리는 청명하지만 어떤 그리움이 베여 있다. 그는 "노래를 부를 때 그리움을 많이 담아서 부른다"며 "평소에도 가사를 떠올리면서 부르려 하고 저의 삶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음치를 찾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엘라가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자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할 것 같은 이방인에게서 교과서에서 배운 익숙한 가곡이 흘러나오자 모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그는 "그리운 금강산을 부를 땐 고향과 가족이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2016년 대학로 한 면접장에서도 자유곡을 하나 불러 달라는 요청에 한국어로 찬송가 '사명'을 불렀는데 그 자리에 있던 무용수들 모두가 울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차별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훌륭한 성악가 돼 고국의 여성 돕고 싶어
제시 노먼처럼 표현력 좋은 가수 되고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 공연 앞둬

한국에서 차별의 벽은 가끔 그를 짓눌렀다. 엘라는 "대학교 2학년 때쯤인가 학교에서 오페라 합창을 하나 한다고 해서 교수님이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주셨다"면서 "연습에도 열심히 참여했는데 갑자기 중간에 외국인은 안 된다며 내일부터는 나오지 말라고 했을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외국인 장학생으로 선발돼 왔는데 나랑 파키스탄 친구만 함께 다녔다"며 "몽골,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서 온 친구들이 파키스탄 친구는 향신료 냄새가 나서 싫다고 했고 나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차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엘라는 'I don't care'를 외쳤다. 그는 "어느 순간, 그들이 뭐라고 하든지 (그들의 말로는) 신이 만든 내 피부색도, 내 자신도,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이드B]"아직도 목말라요" 아프리카 소녀 엘라, 한국에서 소프라노 되다 제공=99 Art Company


엘라는 훌륭한 성악가가 돼서 고국의 여성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잠시 말라위에 갔던 엘라는 어머니와 함께 마을 외곽에 봉사를 하러 따라갔다가 11살짜리 신부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마을에서도 오토바이로 2시간을 타고 가야 하는 곳인데 인터넷도 전혀 안 되고 농사나 물건을 팔아서 생활을 하는 지역이었다"며 "17살 신랑과 결혼하는 신부가 너무 슬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신부가 희망도 없이 그냥 내 삶이구나 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서 꿈을 키우면서 사는데…." 엘라가 덧붙였다.


엘라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한국에서 오페라나 뮤지컬 등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지만 아직까지 기회가 적었던 탓이다. 국립합창단원이 되고 싶기도 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의 목소리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는 제시 노먼 같은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제시 노먼은 표정으로 무엇을 얘기하는 지가 다 들어 날 정도로 표현력이 아름답거든요. 무대에 있을 때 진짜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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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과 29일 엘라는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말라위에서 물을 찾으러 다니던 엘라의 이야기가 주요 모티프가 됐다. 척박한 땅 말라위에서 물을 찾으러 다니던 그 갈급함과 우리 인생에서 내면의 물을 찾으러 다니는 삶의 어떤 과정이 맞닿아 있다는 얘기를 전한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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